육아하는 아빠 늘었지만…“육아와 일의 균형 찾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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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아빠 늘었지만…“육아와 일의 균형 찾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

입력 2026.05.04 06:00

수정 2026.05.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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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육아하는 아빠들’ 돌봄 토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육아하는 아빠들’ 돌봄 토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새벽 4시 30분,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른 아침을 맞는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냈다 데려오고, 또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까지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틈틈이 집안일 하기, 프리랜서라면 시간 내서 업무 수행하기, 둘째가 있다면 이유식 만들기, 주말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나들이 가기….

지난 4월 2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만난 ‘육아하는 아빠들’이 들려준 일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돌봄 기본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 법안은 저출생·고령화, 다양해진 가족 형태, 노동환경의 큰 변화 속에서 생애 전 과정을 아울러 돌봄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여연대는 3월부터 ‘돌봄 토크’ 월례 행사를 마련, 4월에는 돌봄을 받을 권리 못지않게 돌볼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아이 돌봄의 주체인 아빠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20여명이 참석했다.

■육아하는 기쁨과 어려움

육아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정경직씨는 44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가 좋아”라고 말해줄 때 기쁨을 느낀다. 정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돌봤는데 아내가 우울증을 겪으면서 1년여 긴 터널을 지났다고 했다. 그는 “돌봄 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홍준씨는 “저랑 아내랑 둘 다 프리랜서라서 공동 양육을 하고 있는데도 아이는 늘 엄마를 먼저 찾는다”며 “그런데 대변은 꼭 제 품에서 본다. 그 순간에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어려움은 일과 육아의 균형 맞추기다. “프리랜서 특성상 경제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아내와 시간대를 나눠서 육아와 일을 번갈아 하고 있는데, 그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제 커리어에 육아는 없었습니다만>의 저자인 회계사 이총희씨가 초대 손님으로 참여했다. 49개월, 9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이씨는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일을 멈추고 육아를 시작했다. “애 키우다가 분노를 많이 해서 책을 썼다”는 그는 “육아는 노동문제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가 질문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 중심 사회에서 아이를 안고 뛰면 뒤처질 수밖에 없고, 그런 것은 감내하라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했다.

육아하는 아빠는 특별할까. 육아는 부모 공동의 일이다. 다만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온 역사가 있고, 여전히 맞벌이 부부를 기준(‘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2024)으로 봤을 때 가사노동(가사관리 및 가족돌봄) 시간을 보면 아내(2시간 51분)가 남편(59분)보다 육아를 하는 시간이 길다. 바뀌지 않는 사회적 인식과 미흡한 제도가 맞물린 결과다.

돌봄 수요가 큰 시기는 영유아기로, 제도적으로는 부모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시기다. 최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는 6만7200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전년(4만1829명)보다 약 1.6배에 늘었고, 2021년(2만9041명)보다는 약 2.3배 늘었다.

그럼에도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는 여전히 상대적 소수다. 이총희씨는 “언론에서는 아빠 육아휴직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제가 아이 키우면서 주변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빠의 육아는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육아하는 아빠들을 따로 모이게 한 행사 자체가 성별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 사회에 가부장 부양 모델을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도 여전해서 아빠들이 (아빠는 육아보다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박홍준씨는 “‘맘카페’나 ‘단체 채팅방’ 등 육아 커뮤니티가 아빠는 가입 자체가 어려워서 육아 정보나 고충을 주고받기 어렵다”고 했다. 낮 시간대 아이와 함께 활동하는 아빠를 향한 ‘경제적 능력 없음’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느낄 때도 있다고 아빠들은 말한다.

돌봄 토크 행사에 참석한 아빠들이 ‘육아할 때 보람과 힘든 순간’, ‘더 나은 육아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화’ 등을 적은 메모지. 김향미 기자 사진 크게보기

돌봄 토크 행사에 참석한 아빠들이 ‘육아할 때 보람과 힘든 순간’, ‘더 나은 육아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화’ 등을 적은 메모지. 김향미 기자

목마르면 우물을 파는 법. 아빠들의 자생 모임도 생겨났다. 아빠들의 육아일기를 주 1회 뉴스레터로 발송하는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손현씨는 “육아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혼자 하기 벅차니까 번갈아 쓰자면서 아빠 육아 모임을 만들었다”며 “아빠들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모임이 매우 희소해서인지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육아일기 쓸 시간 있으면 육아를 해라’라는 말도 듣는데, 아빠들이 조금 더 나와서 이야기를 해야 (육아에도) 더 동참할 것 같다”고 했다.

■함께, 더 나은 돌봄을 할 권리

이날 초대 손님으로 ‘위스테이별내 꿀꿀이 아빠모임’(위꿀아)을 이끄는 박태관씨도 참여했다. ‘위꿀아’는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며 2019년생 자녀를 둔 15명의 아빠가 만든 모임으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아빠들이 아이들과 여행, 연극, 미술,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빠들 각자의 재능을 살려 돌봄과 교육을 나눠 맡는다.

박태관씨의 말이다. “회사에선 동료라고 하는데 육아는 동지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만큼 끈끈함을 느낍니다. 내 아이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함께 키우다 보니 아이마다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알게 되고, 같은 동네에 사니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14명의 삼촌과 형제 같은 친구들이 생겼고, 사회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초대하는 행사를 열기도 하고, 육아 모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위꿀아’를 보고 엄마, 아빠들이 같이하는 육아 모임들이 여럿 생겼는데, 가장 큰 성과이기도 합니다.”

아빠들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경험이 사회 인식을 바꿔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꿀아’의 구성원인 50대 장태원씨는 “제가 젊어서 일할 때는 지금보다 일 중심적으로 생각할 때여서 (아빠가) 육아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 세대가 지금 회사의 시니어들인데, 자녀들이 대부분 성장했기 때문에 공감을 잘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지금 육아를 해서 회사에서도 육아하는 아빠를 충분히 공감하면서 밀어주려고 한다. 직장, 공동체 안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에 대해 인정하고 독려해주면 육아 참여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빠들이 생각하는 더 나은 돌봄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서적으로는 육아 모임 활성화, 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꼽혔다.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유치원, 소아청소년과 의원 및 야간 병원, 놀이시설 내 가족 샤워실 등 육아 기관·시설이 지역 불문하고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도적으로는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회사 분위기, 성별 임금 격차, 낮은 육아휴직 급여액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엄마든 아빠든 좋은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큰 틀에서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경직씨는 “육아는 시간과 돈의 함수 속에서 내가 육아에 (시간과 돈을) 얼마나 할애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계속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라며 “직종이 굉장히 다양해지고 고용 형태도 정규직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자영업자·프리랜서 등은 쓸 수 없는) 육아휴직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아빠’는 주 양육자가 아닌 것처럼 얘기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양육 파트너로서 각자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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