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SNS가 열어준 사기의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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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SNS가 열어준 사기의 고속도로

입력 2026.05.01 14:18

수정 2026.05.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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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인류는 지금껏 이토록 촘촘하게 연결된 적이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와 대화하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사고,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세상에서 SNS는 그 모든 연결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입은 사기 피해액은 무려 21억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이후 8배나 폭증한 수치이며, SNS는 사기꾼들이 이용하는 모든 경로 중 단연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전체 사기 피해자의 약 30%가 자신의 비극이 SNS에서 시작됐다고 답했다.

미국 내 SNS 사기의 양태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히 타격하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것은 쇼핑 사기다. 피해자의 40% 이상이 알고리즘이 띄워준 맞춤형 광고를 통해 옷, 화장품, 자동차 부품 심지어 반려견까지 구매하려다 돈을 잃었다. 금전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남긴 것은 단연 투자 사기였다. 사기꾼들은 친근한 조언자를 자처하거나 가짜 성공 후기가 난무하는 채팅방을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했고, 이로 인해 증발한 금액만 11억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참담한 풍경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투자 열풍은 사기꾼들에게 또 다른 기회의 창을 열어주었다. 2023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불법 투자 리딩방 관련 피해액은 무려 1조2901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내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까지 진화한 것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이다. 2025년 한국의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1360억원으로, 전년도 675억원에서 단숨에 2배 이상 치솟았다. 2020년 피해액이 3억7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150배 이상 폭증한 경이롭고도 끔찍한 수치다. 올해 3월까지 벌써 600건이 접수된 만큼, 연내 2000건 돌파는 사실상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들의 수법은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과거 조잡한 번역기를 돌리며 접근하던 해외 사기꾼들은 이제 AI 기술을 무기 삼아 완벽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가상의 연인을 창조해낸다. 이들은 SNS와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해 오랜 시간 공들여 친밀감을 쌓은 뒤, 자연스럽게 가짜 투자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거나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한다. 키워서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이라 불리는 이 수법 앞에서는 피해자의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우리는 SNS라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사기범들은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게 아니다. 그들은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 즉 타기팅 광고와 알고리즘 추천, 네트워크 효과를 완벽하게 역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에게 ‘우리는 공간만 제공했을 뿐’이라는 낡은 면책특권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사기성 광고를 걸러내지 못한 플랫폼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묻는 강력한 규제가 논의돼야 하며, 국제적인 수사 연대도 더욱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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