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무책임한 대응 등으로 크게 비판받은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이다. 동일인 지정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 경영 시스템 자체를 국가가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하겠다는 의미여서 쿠팡 경영 전반에 ‘포괄적 족쇄’가 채워졌음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법인에서 쿠팡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한 데는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에서 배송캠프 관리 부문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불러 주간 업무 실적을 점검하고, 물량 확대나 배송 정책 변경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은 2021~2024년 쿠팡에서 140억원 상당의 보수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그동안 미국 국적인 김 의장 대신 ‘쿠팡Inc’라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으며 국내 대기업 집단이 받는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정위 결정이 현실화되면 쿠팡은 더 이상 ‘외국계 기업’으로 행세하며 피해왔던 각종 규제에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우선 김 의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모두 공시해야 한다. 특히 공정위가 김 의장 친동생인 김유석 부의장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친인척이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일감을 몰아받는지 여부가 공정위의 상시 감시망에 들어오게 된다.
특히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정은 가장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쿠팡과 거래를 맺을 경우, 거래의 정당성과 가격의 적절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되거나, 또는 거래 과정에서 편법이 발견될 경우에 정부는 즉각 제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법적 책임도 훨씬 무거워진다. 만약 쿠팡의 계열사 현황이나 주주 명부, 친인척 관련 자료를 고의가 아니더라도 실수로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해도 책임은 법인이 아닌 김 의장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김 의장이 언제든 고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너의 ‘사법 리스크’도 상시화될 수 있다.
김 의장에 대한 국정감사나 청문회 출석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장은 쿠팡Inc 의결권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국회 청문회에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에서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