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 추진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당 원내대표들이 각자 서명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합의 서명부’와 ‘초당적 헌법개정 추진을 위한 국회 선언문’을 공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개헌은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블랙홀’로 불려왔다.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다른 의제를 빨아들이며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헌 논의는 양상이 다르다. 실제 정치권과 여론에서의 주목도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개헌안은 일부 헌법 전문 수정으로 제한됐다. 4·19 혁명과 함께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이념 계승,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즉시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48시간 내 미표결 또는 부결 시 효력을 상실,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을 국가 의무로 명시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권력 구조 개편이라는 핵심 쟁점이 제외된 만큼 정치적 파급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개헌이라는 의제가 국민의 일상에 직접 체감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공감은 존재하지만, 이를 정치권을 압박하는 수준의 동력으로 전환하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개헌 추진을 위해선 정치 엘리트의 주도적 추진이 요구된다. 단순한 발의나 선언을 넘어 정치권이 책임을 갖고 의제를 끌어올리고 국민적 관심을 조직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파급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려운 만큼 정치권의 설계와 실행이 성패를 좌우하는 과제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명확한 대안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개헌안은 발의 이후에도 실질적인 협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의결을 전제로 한 설득과 조율 과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정치권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일정 수준 형성된 만큼 이를 실제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소 수준의 개헌안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은 정치권의 의지 부족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개헌이 다시 선언적 의제로 소모될지, 실질적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정치권이 협의와 결단에 나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박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