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리카에게
김이향 지음·민음사·1만5000원
‘자이니치(在日)’라는 단어를 접하면 사람들은 흔히 ‘일본에서 차별받는 동포’,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재일한국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한·일 언론이 주로 부각해온 이미지일 뿐, 자이니치 3세인 저자 긴리카가 말하는 자이니치는 이와 다른 결을 지닌다.
한국 성씨 ‘긴(金)’을 쓰는 그는 어린 시절 일본식 성을 쓰는 친척들을 부러워했고, 귀화를 원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는 “네가 귀화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내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는 국적을 짐처럼 견디면서도 끝내 내려놓지 못했던 자이니치 2세의 복잡한 감정이 스며 있다.
대학 시절 한 수업에서 자이니치의 정체성이 ‘피(血)에 있냐’, ‘땅(地)에 있냐’를 두고 일본인 학생들과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을 때를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피냐, 땅이냐. 마치 오늘 먹을 메뉴를 고르라는 듯 강요받는 기분이 들었다. 자이니치에게 피와 땅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긴리카는 자이니치 집단 거주지에서는 김리향, 한국에서는 김이향으로 불렸다. 이 책은 어느 한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자이니치 3세가 리카와 리향, 이향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온 기록이다. “소외감 속에서 쉽게 스스로를 부정하게 되는 모든 ‘다음 리카’에게 이 책을 건넨다. 단순하게 공감하거나 빠르게 단절해버리지 않고, 자신과 주변을 향해 끊임없이 물으면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길 바라면서. 나는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인공지능 파놉티콘
홍성욱 지음·김영사·1만9800원
국가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기업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우리의 행동을 예측·조작한다. 저자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부상 속에 더욱 교묘하고 침입적으로 진화하는 현대사회의 감시 문제를 다룬다.
나무 사람 친구
이창수, 조숙경 지음·젤리클·1만9000원
국내 자생 460여종 가운데 흔한 다섯 나무만 소개한다. 참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버드나무, 대나무다. 저자들은 숲에서 한그루를 찾아 친구가 돼보라고 권한다. 나무와 친해지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숲과 자연,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말한다.
시장은 원래 차갑지 않았다
루이지노 브루니 지음·이가람 외 옮김·북돋움coop·2만2000원
중세부터 현대까지 1000년에 걸친 시장 문명의 역사를 따라가며, 시장이 본래 신뢰와 유대 위에서 작동해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근대 주류 경제학이 시장에서 ‘관계’와 ‘감정’의 요소를 제거하면서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