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학을 고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단정하고 품위 있는 모습에 종종 ‘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바다에도 그런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있다. 바로 학꽁치(학공치)다.
학꽁치는 몸길이 약 40㎝ 정도인데 등은 연한 갈색, 배는 은백색이다. 가슴지느러미부터 꼬리지느러미까지 이어지는 푸른빛 테두리의 은백색 띠가 특징이다. 특히 길게 뻗은 아래턱이 눈길을 끈다. 위턱보다 훨씬 길게 돌출된 이 형태는 학의 부리를 떠올리게 한다.
외형뿐 아니라 식용 가치도 높다. 얇은 비늘을 벗겨 회로 먹는데, 지방이 적어 맛이 달고 담백하다. 말려서 만든 어포는 ‘사요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학꽁치의 일본식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꽁치는 ‘강공어’로도 불린다. ‘강공어’는 중국 주나라 강태공이 학꽁치의 아래턱에 있는 곧고 길쭉한 뼈로 낚시를 한데서 유래한다. 강태공이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한 것을 두고 고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줄 세상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시진의 <본초강목>이나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 학꽁치의 뾰족한 주둥이 뼈를 낚싯바늘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강태공이 세월과 함께 고기도 낚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고기를 낚았는지 세월을 낚았는지는 강태공만이 알 듯하다.
한국의 전 연안에 서식하는 학꽁치는 계절 회유성 어류로 봄과 여름에 북상했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과 겨울철에 남하한다. 사진은 2020년 봄 경북 영덕군 왕돌짬을 찾았을 때 만난 학꽁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