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없는데 요금 무료가 무슨 소용”… 접근성 빠진 교통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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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없는데 요금 무료가 무슨 소용”… 접근성 빠진 교통 공약

입력 2026.04.27 06:00

수정 2026.04.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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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통비 환급률 높이기로 했지만…인프라 없는 지방은 ‘그림의 떡’

지역의 한 시외버스터미널. 연합뉴스

지역의 한 시외버스터미널.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 관련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교통카드 통합을 공통 의제로 제시했고, 일부 후보들은 무상통근이나 단계적 전면 무상 대중교통 구상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화와 농어촌 지역 ‘우버’ 방식 호출형 이동서비스 도입 등을 교통 공약으로 발표했다.

교통비 부담 완화를 내세운 정책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공약은 지하철망과 촘촘한 정류장, 다양한 노선과 짧은 배차 간격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에서 주로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 부담 완화뿐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의 존재 여부가 정책 체감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이용률 격차로 드러난 접근성 차이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소속된 프로젝트그룹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2월 진행한 제3차 기후위기 인식조사에 따르면 K패스 이용 경험률은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서 35~4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원 14.0%, 충북 16.7%로 20%에 미치지 못했다. 동일한 제도임에도 지역 간 이용률 격차가 2배 이상 발생한 것이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탈 교통수단이 없다”는 응답이 주요하게 나타났다. 강원과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응답이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 현황조사(2022년)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버스 배차 간격은 10.1분인 반면 강원 71.1분, 충남 66.6분, 경북 70.7분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1시간 1대’ 수준이다. 전국 159개 시군 가운데 50개는 대중교통 사각지역, 85개는 취약지역으로 분류된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2020년)에서도 도보 15분 이내 대중교통이 없는 마을은 2224곳(5.9%)으로 집계됐다. 2015년 879곳(2.4%)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월부터 9월까지 K패스 환급 기준을 완화하고, 출퇴근 시차 시간대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인상하는 등 혜택을 확대했다. 그러나 교통 소외지역의 ‘탈 교통수단’ 확충 없이 추진되는 이러한 정책 확대는 지역 간 이용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강원, 충북 등 수도권 외 광역 단위에서는 생활권 개념의 교통 체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라며 “농어촌 지역과 수도권 중소도시의 1인당 자동차 석유 소비량을 비교하면 증가율이 농어촌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이 농촌의 자동차 의존과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요금감면·무상교통 정책은 대중교통 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전제될 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K패스와 같은 환급형 제도는 지역 간 이용 여건 차이로 인해 정책 효과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공공교통의 핵심 수단이지만, 그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광역 교통 중심 정책에 비해 생활권 단위 버스 체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은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며 “무상교통도 하나의 수단이지만, 버스 공급 확대와 공공 운영 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타고 싶어도 버스가 부족한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A부터 Z까지 교통혁명, 모두가 부담 없는 이동권 복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A부터 Z까지 교통혁명, 모두가 부담 없는 이동권 복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요응답형(DRT) 교통수단…해법 될 수 있나

한편에서는 농어촌 지역 교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요응답형 교통(DRT)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호출 기반 이동 서비스, 이른바 ‘농어촌 우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DRT는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이용자의 호출에 따라 차량을 배차하고, 최적 경로로 운행하는 교통 서비스다.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로, 대중교통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이동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다. 국내에서는 ‘백원택시’처럼 농어촌에서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는 형태를 포함해 충남 서산·보령, 강원 평창, 경기 일부 지역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DRT는 보완 수단은 될 수 있어도 대중교통의 기본 인프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영수 위원은 “수요응답형 교통은 보완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최소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 없이 도입될 경우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농어촌 지역이라면 최소한 시간당 일정 수준의 버스 운행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DRT의 확대가 오히려 기존의 버스 노선을 감소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철 위원장은 “노선버스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이용자 구성만 바뀔 뿐 전체 서비스 확대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기존 버스 노선이나 운행 횟수 축소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RT가 기존 버스업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배차 불안정, 서비스 미도달 지역 등 기존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각지의 농촌 현장의 주민, 활동가, 연구자들이 ‘읍면 자치권 확보’를 목표로 결성한 연대 기구,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면 순환버스’ 도입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읍면 단위 주민 법인이 한정 면허를 취득해 읍면 소재지와 마을을 잇는 순환버스를 직접 운영하고 지자체가 운영비를 보전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강윤정 읍면자치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면 순환버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요응답형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먼저 공급 자체가 부족하고, 정서상 혼자인 개인을 위해 호출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이용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정말 다급할 때가 아닌 경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강윤정 국장은 “농촌에서는 면사무소 소재지에 주로 관공서나 은행, 시장 등이 몰려 있다. 그러나 교통이 없다 보니 생필품조차 사러가기 힘들 때가 있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면 순환버스가 있다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와 기존 버스회사의 반대 때문에 면 순환버스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강 국장은 “현재 지역의 버스 회사들이 반발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결심을 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어서 정책으로 제안했다. 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주민이 직접 버스를 운영하기에는 제도적 장벽이 높은 만큼, 대중교통 소외지역에서 주민 법인이 공익 목적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서는 면허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입법 공백 지속

요금 감면과 무상교통에만 집중된 현재 공약 흐름은 구조적 문제보다는 단기적 효과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부 지역의 무상교통 사례는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 차이가 나타난다. 강원 정선군은 완전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보유 대수와 운행거리를 확대하면서 승객 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경북 청송군은 무상교통을 시행했음에도 수요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정책과 함께 인프라 확대가 병행될 때 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 문제가 점점 심해지다 보니 이를 위한 법적 기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대중교통 스마트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교통서비스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성 악화를 분석한 결과 고령자의 경우 역세권과 비역세권 대비 통행발생비율이 13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이동권을 권리로 보장하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권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권한”이라며 “도시에서는 그나마 무임수송 등 복지정책이 논의되지만,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도시에서는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가 유일한 복지혜택인 셈인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고령자 교통복지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라며 기본권적인 차원에서 교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등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발의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는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농어촌 주민 등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이동권 보장 등을 포괄한 ‘교통기본법’을 발의했고, 복기왕·권영진 의원이 지자체가 필수노선 등을 지원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개정안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영수 위원은 입법 논의와 관련해 “지역별 최소 교통 서비스 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과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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