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전역엔 지역 주민이 제철 채소와 과일, 달걀 등 먹거리를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협동조합 공동체인 헤렌보어데리옌(Herenboerderijen)이 지난 2024년 기준으로 25개가 설립되어 활발하게 운영되는 중이다. /herenboeren.nl
2026년 2월 출범한 네덜란드 제튼 내각에서 34세로 농업·수산·식량안보·자연부 장관에 오른 자이미 판 에센은 최근 “유기농을 네덜란드 농업의 미래 모델”이라고 선언했다. 유기농업은 농약을 덜 쓰는 안전 먹거리 생산을 넘어 망가진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다시 잇고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는 농업 전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줄여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인다. 동시에 독성물질의 유입을 막아 지하수와 하천 수질을 지키고, 농경지 주변을 곤충과 조류가 돌아오는 생태적 공간으로 되돌린다.
네덜란드는 세계적 농업 강국이다. 좁은 국토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 축산과 집약적 농업을 일궈 수출국 2위의 위상을 지켜왔으나, 화학비료 남용과 암모니아 과다 배출로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생태적 수용력의 한계’에 직면했다. 농업 강국임에도, 유기농 비중은 5% 안팎으로, EU 평균 11%에 못 미친다. 2019년 네덜란드 최고행정법원은 정부의 질소 정책이 EU 서식지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건설과 농업 허가가 대거 멈춰서는 국가적 교착도 겪었다. 이제 네덜란드 농업은 생산량 확대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전환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네덜란드가 말하는 경쟁력은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자연의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농가 소득을 유지하는 체계로의 전환 능력이다. 그 점에서 유기농은 환경정책이자 산업정책이다.
판 에센 장관은 “강한 농업과 건강한 자연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말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기농 확산의 정책 기조가 생산 보조에서 시장과 생태 보상의 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판로 없는 전환은 농가에 위험만 떠넘기는 일이라며, 생산 확대보다 판매 기반 확보를 앞세우고 있다. 대형 유통사와의 협력으로 시장 프리미엄을 지키고, 환경 복원에 기여한 농민을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로 인정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공공 급식과 외식 소매 유통까지 함께 움직여 생산과 소비를 균형 있게 늘리려는 접근도 이 흐름의 일부다. 이는 농업 부문 질소 배출을 2030년까지 23~25%, 2035년까지 42~46% 줄이려는 전략과도 맞물린다.
이 흐름은 한국 농정에도 시사점이 있다. 지금 우리의 친환경 농업정책은 직불금을 늘리고 인증 문턱을 조정해 유기농 면적을 키우는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꺼이 값을 내는 소비자와 기업,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은 채 생산만 늘린 정책은 과거 친환경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 채 판로를 찾지 못했던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쉽다. 네덜란드가 말하는 경쟁력은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자연의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농가 소득을 유지하는 체계로의 전환 능력이다. 그 점에서 유기농은 환경정책이자 산업정책이다. 그리고 지역 정책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도 보조금 중심의 양적 확대를 넘어 공공 조달과 민간 유통망 확대로 안정적 판로를 먼저 만들고, 농촌이 수행하는 환경적 기여 자체를 새로운 소득으로 보상하는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유기농업이 소수의 선의에 기대는 틈새 정책이 아니라 농업과 생태를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