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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생 김현진’에 사과하라

입력 2026.04.24 15:07

수정 2026.04.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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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김현진씨가 2023년 11월 19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얼굴 공개를 원치 않는 김씨의 사진을 재가공했다.  강윤중 기자

성폭력 피해자 김현진씨가 2023년 11월 19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얼굴 공개를 원치 않는 김씨의 사진을 재가공했다. 강윤중 기자

지난 4월 17일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섰던 김현진씨의 부고 사실이 알려졌다. 사망 소식을 전하는 언론 기사엔 ‘향년 28세’란 그의 나이가 쓰였다. 그 다섯 글자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향년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란 뜻이라 한다. 김씨는 마음껏 누렸어야 할 생애 스물여덟 해 중 10년을 성폭력 폭로에 따른 2차 가해와 함께했다.

김씨는 2016년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고발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며 시인 박진성에게 당한 언어성폭력을 트위터(현 엑스)에 게시했다. 박씨는 자신이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씨에 대한 전방위적 2차 가해에 나섰다. 김씨에 대한 공격은 박씨가 2024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서야 끝이 났다. 아니, 끝난 것처럼 보였다.

김씨는 2023년 11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소심에서) ‘1년 8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까지 됐는데, 사회가 너무 조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2년 5개월이 지났고, 김씨가 세상을 등지고 나서야, 박씨와 그 연대자들의 집요한 괴롭힘이 언론과 SNS에 오르내린다.

고인은 같은 인터뷰에서 “그간 가해자의 상황은 자살 소동까지 자세히 언급하고 기사로도 실어줬으면서 제 사건의 진행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서사에는 침묵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박씨는 김씨를 무고범으로 몰기 위해 자살 협박을 수단으로 썼다. 그 과정에서 그의 가족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부고글이 실제 나돌기도 했다. 각 분야 저명인사들은 그때마다 박씨의 억울함에 이입하며 위로와 응원을 쏟아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김씨의 죽음에 대한 과오를 사과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2020년 박씨의 자살 소동에 그를 ‘성범죄 무고 희생자’로 규정하고 응원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박씨를 두둔했던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지난 4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조 대표의 페이스북 최근 게시글은 ‘평택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조국 후원회 안내’ 글이고, 전 이사장의 최신 글은 12·3 내란 사태를 다룬 이명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란 12.3> 감상 후기다. 김현진이란 이름 세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많은 2차 가해 동조자 중 이 두 사람을 콕 집은 것에 누군가는 과하다고, 지나치다고 할지 모른다. 그저 누군가의 자살 소동에 인간으로서 연민과 동정을 표한 것이라고, 그들도 속은 게 아니겠냐고.

묻고 싶다. 그토록 섣불렀고 쉬웠던 동정이 진짜 피해자였던 김씨의 죽음에는 동하지 않는지. 그대들이 광장을 팔며 권력의 과실을 나눠먹기 위해 분투하는 사이 한 여성은 그 광장을 떠나길 선택했다. 평택 시민의 내일을 말하기 전에, 세계인과의 한국의 탈식민 가치 공유를 말하기 전에 이 죽음에 사과부터 하시라. 98년생 김현진의 용기에 빚진 이들이 있는 한 2차 가해 동조자란 꼬리표는 늘 따라다닐 것이다. 지금이 그 꼬리표를 뗄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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