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보완수사 논쟁 넘어 새로운 형사소송법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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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완수사 논쟁 넘어 새로운 형사소송법 준비할 때

입력 2026.04.24 15:07

수정 2026.04.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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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검찰 깃발이 날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검찰 깃발이 날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10월 2일이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이 업무를 개시한다. 이제 보완수사권이나 전건송치주의니,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권 등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들 기관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법인 새로운 형사소송법 조항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때다.

공소청법에는 검찰청법에 규정됐던 검사의 과거 직무 중 “범죄수사” 및 “범죄수사에 관한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을 삭제하고, 그 대신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을 빙자해 직접수사권인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폐지된 전건송치주의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검사의 특권과 지배구조를 유지하려고 전략적으로 설치한 일종의 ‘허들’이자 ‘바리케이드’, ‘협상의 지렛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 때 개혁의 길을 잃지 않는다. 공소청에 수사권을 일부라도 남겨놓으면 수사부서와 수사인력이 남게 되고, 검사는 최종 수사기관이 돼 그것을 기반으로 언제든 표적수사, 조작수사, 별건수사를 또다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 오랜 기간 존속, 진화돼온 기득권 세력을 상대로 한 가장 어려운 전쟁일지도 모른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 해도 변함없이, 검찰 측 논리에 부응하는 언론과 학계, 법조계 인사들은 ‘경찰의 사건 암장’을 불안 섞인 목소리로 말하지만 ‘검찰의 사건 암장’은 외부 통제기관이 없어 더욱 심각하고 위험한데도 정작 검찰의 사건 암장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 무마 의혹, 금감원에서 조사한 쌍방울 주가조작에 대한 수원지검의 봐주기 의혹 모두 부패, 정치 검사들이 저지른 사건 암장에 속한다.

검찰의 사건 암장, 경찰보다 더 위험

수사권과 소추권의 배분을 논의할 때 최소한 전제돼야 할 헌법해석과 상황 조건은 다음과 같다.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사항으로 국회의 권한이라는 점이다(헌법재판소 2023. 3. 23.자 2022헌라4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수사 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단순한 정책이나 선택사항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확고한 결단이라는 점이다(이재명 대통령의 “수사 기소 분리와 검찰수사 배제는 분명한 국정과제로 확고히 추진합니다”는 언명 참조)

공소청 검사는 수사, 즉 피의자와 대립하는 당사자가 아니어야 비로소 객관적인 관청이자 진정한 준사법기관(準司法機關)이라 할 수 있고, 소추기관인 검사가 수사까지 하면 터널 시야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검찰수사관 다수가 중수청으로 이동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 전문성이 중수청 등으로 이전될 것이고, 형사사법시스템(KICS)의 고도화로 검경 간 즉각적인 소통과 정보공유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시 신설됐으면 하는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검사의 객관의무 조항이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 자료도 수집·제출해야 하고 공소 취소, 무죄판결에 대한 원칙적 불상소, 재심청구 등 피고인을 위한 공판 활동도 수행해야 한다. 우리 판례상 인정되는 의무이고, 독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객관의무 조항을 참고할 수 있다.

중수청, 국수본 등 수사기관의 영상녹화 의무화 조항이다. 문답을 조사관이 글로 적어 정리한 조서(調書)는 조선말을 모르는 일본 판사들을 위해 시작된 것이고, 그간 “조서를 꾸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폐단이 적지 않았다. 미국의 많은 주가 영상녹화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영국도 1984년 전체 과정의 녹음 또는 녹화가 의무화됐다. 허위자백과 인권침해 위험을 배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중립적인 방안이라는 견해에 입각했다. 독일 역시 2020년부터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피의자신문에서 녹음·녹화를 재량껏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상녹화가 조서보다 실체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고, 불법 부당한 신문을 방지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 및 피의자에 대한 정보공개 관련 조항이다. 기록의 공개와 절차의 투명성은 부패와 불공정을 방지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공개 청구 소송으로 가면 패소가 명백히 예견되는데도 일단 비공개 결정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내가 고소한 사건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가 있고, 처리 시한은 언제이며, 피의자의 변호인은 누가 선임돼 있는지 등 절차에 관한 정보 및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조사 내용과 자료가 더욱 공개될 필요가 있다.

법원의 재정신청 제도를 실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 통제인데도, 최근 10년간 재정신청 인용률이 0.3~0.6%에 불과하다. 재정신청 전담 재판부의 대폭적인 증설 조치 외에 재정신청 대상을 독직폭행 등 공무원 범죄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하는 것, 서면심리가 아닌 증거조사 등 변론을 확대하는 것 등을 검토했으면 한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4월 9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서영교 위원장과 위원들이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4월 9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서영교 위원장과 위원들이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사들 뉴스 전면에 나오지 말아야

중수청법, 공소청법 제정 취지에 따라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삭제돼야 할 조항들이다.

검사수사권에 관한 일반조항인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2항을 비롯해 임의수사(피의자신문, 참고인조사, 감정 통역 번역의 위촉, 공무소 등에 대한 사실조회 등) 및 강제수사(체포, 구속, 압수, 수색, 검증 등) 중 검사 관련 부분은 모두 삭제돼야 한다. 여기서 강제수사는 삭제하되 임의수사는 남겨놓자, 임의수사를 삭제하되 행정조사는 허용하자는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신문, 사실조회 등 임의수사권을 검사에게 남겨둘 필요가 전혀 없고, 필요한 경우 경찰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면 된다. 수사는 본래 효율성이 아니라 적법절차가 우선이므로 절차를 어렵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조사는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등이 영장 없이 기록을 광범위하게 취득하는 등에 비춰보면 공소청에 행정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영장주의의 후퇴 및 직접수사를 우회적으로 다시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참고로 행정조사기본법 제3조 제2항 제5호는 형사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가 허용되지 않음에 따라 검사가 수집하는 증거에 관한 조항도 삭제돼야 할 것이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검사 작성 참고인 진술조서, 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 검사의 검증조서 등이다. 이로써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은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하는 수사와 소추기관이 하는 공소 및 공판 활동이라는 간명한 체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특사경에 대한 일반적 수사지휘권 규정 또한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0의 규정은 물론, 형사소송법이나 특별법에서 일부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놓지 않으려는 전방위적 시도를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감원, 지식재산처 등은 법리 수준과 전문성에서 검사보다 우위에 있을 뿐더러 일부 미흡한 부서, 기관의 경우 변호사 등 인력 채용, 인사 조치 등을 통해 자체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에서의 송치요구권, 수사 경합 시 송치요구권, 재수사요청권,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항고 및 재항고 사건 등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조항들을 손봐야 한다. 검사가 각 송치 요구한 사건, 불공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항고사건에서의 재기수사명령 등의 경우 검사는 직접수사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이 부분 검사의 직접수사를 배제해야 한다.

검사와 사법경찰관리 간 수사 협의·지원 및 “공소 협조”에 관한 규정이다. 경찰은 수사기관으로서, 검사는 소추기관으로서 각자 범죄대응, 피해자보호, 인권보호를 위해 상하 유착관계가 아닌 대등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지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리 간 수사 협의·지원 및 공소 협조에 관한 주체, 요건, 절차와 방식, 범위와 효과 등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속 기간도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경찰 10일, 검찰 20일(연장)로 돼 있으나, 검사는 수사하지 않게 되므로, 검사의 구속 기간이 단축돼야 한다. 검사는 주로 공소장 작성에 필요한 기간이므로 7일로 하되 사안이 복잡한 경우 1차에 한해 연장 가능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경찰의 경우도 현재 10일을 다 채우지 않고 통상 5일 정도면 사건을 송치하는 것이 실무이므로 경찰 구속 기간을 7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검사들이 더는 뉴스의 전면에 나오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수사 및 재판 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은 헌법의 핵심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법적 수단 중 하나다. 대통령, 국회 등 국민의 대표자들은 물론 시민사회 모두 함께 바람직한 새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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