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엔지니어들의 미래 예측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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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엔지니어들의 미래 예측 남발

입력 2026.04.24 15:04

수정 2026.04.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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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
지난 4월 20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26 하노버 산업박람회 내 설치물에 이번 박람회 주제인 ‘인공지능(AI)’이 쓰여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26 하노버 산업박람회 내 설치물에 이번 박람회 주제인 ‘인공지능(AI)’이 쓰여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레이 커즈와일은 2010년대 후반이면, 대다수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운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즈음해 혈관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는 ‘나노봇’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낙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초가 되면 집안에 가사 로봇 1대쯤은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컴퓨터 모니터의 소멸은 2010년대 초면 가능해지리라 전망했다. 2005년 저서에 기록으로 남겨진 호기로운 그의 ‘예측’들이다. 이미 판명 났지만 이 전망은 모두 빗나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천재적 미래학자라는 칭송을 받은 그였지만 제대로 맞힌 건 그리 많지는 않다. 커즈와일은 다시 펴낸 저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과도한 낙관과 타임라인을 거둬들이며 ‘가속의 원리’에 방점을 찍으며 태도를 조정했다.

최근엔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의 CEO의 ‘화이트칼라 일자리 소멸’ 예측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술 직종, 초급 변호사, 컨설턴트, 금융 전문가의 50%가 1~5년 이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로드 열풍’의 주역이자 AI 대표 기업의 수장이기에 발언의 파장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거물급 엔지니어인 얀 르쿤은 “다리오는 틀렸다”며 일갈했다. “그는 기술혁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주제에 대해선 그의 말을 듣지 마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그러곤 이를 연구하는 데 경력을 쌓은 경제학자들의 말을 들으라고 조언했다.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들이 일자리 예측을 남발하는 시대다. 샘 알트먼부터 제프리 힌튼, 아모데이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화이트칼라의 AI 대체를 기정사실화한다. 이로 인해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해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모데이류의 예측은 힘을 얻는다. 현실이 될 것 같은 공포감에 새 일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세상은 기술적 실업이 초래한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극단적이긴 하나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의 재현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커즈와일의 사례에서 보듯, 엔지니어들의 예측은 과녁을 비껴갈 때가 많다. 때론 허황한 망상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잖다. 기술주의자들의 과도한 ‘자기 확신’, 여기서 비롯된 심리적 편향이 냉철한 예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왜 트렌드의 절반은 빗나가는가’를 썼던 애덤 고든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문성의 덫’을 꼽았다. 사회 진화 구조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가정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오류에 빠져 빗나간 예측을 내놓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엔지니어는 기술 발전을 사회변동의 유일한 변인으로 상정한다. 기술 수용성과 같은 사회·제도적 요인은 중요한 변수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개발하는 AI 기술, 인간 대체를 위해 설계된 그들의 현재 기술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예측이 통째로 틀리진 않겠지만 그들의 설계도대로 세상이 움직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얀 르쿤이 지목한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대론 아세모글루는 지난 2월 펴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약탈자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파트너가 될지는 우리가 어떤 기술을 설계하고 선택하느냐에 달린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제도를 움직이는 건 시민이고, 설계의 방향을 틀어 노동 친화적으로 기술을 유인하는 주체도 시민이다. 그 역할과 변수를 간과한 어떤 예측도 실현 가능성이 높을 리 만무하다. 엔지니어 출신 기술결정론자들의 예언에 우리가 과도하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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