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이브들
캣 보해넌 지음·안은미 옮김·시공사·3만9000원
오랫동안 의학계의 표준은 남성이었다. 신약 개발은 수컷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이뤄졌다. 이렇게 개발된 약은 성별 구분 없이 처방됐다. 남성을 표준으로 한 의학·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에게는 부작용을 안기기도 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기관 차이에 초점을 둔 성차의학이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서사와 인지의 진화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여성의 몸’에 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이 월경, 출산, 수유할 때 겪는 몸의 변화는 진화론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성별은 단순한 생식기관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으며 몸의 특징은 그 삶에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하나의 성별만 기준 삼아 연구하는 건 인간의 몸을, 인류 진화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유방, 자궁, 뇌, 음성 등 여성을 정의하는 신체기관의 기능과 특징, 여성 몸에 투영된 사회적 통념 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기원을 추적한다.
유령의 삶
에릭 사댕 지음·박지민 옮김·김영사·1만8800원
프랑스 철학자 에릭 사댕은 스마트폰, 인공지능(AI)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유령’으로 규정한다. 사댕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닌 문명적 전환으로서, 현대인의 신체와 삶의 방식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본다. ‘스크린 중심’의 환경에서 인간은 고정된 신체로서, 관계와 경험 또한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축적한다. 인간 고유 주체성이 상실될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 속에서 인간 존엄과 창의성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손절사회
이승연 지음·어크로스·2만1000원
1998년생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젊은 세대에서 인간관계를 손익계산으로 따지는 ‘손절’ 현상을 신자유주의와 치료요법 문화의 산물로 분석한다. 자기 보호를 명분으로 한 관계의 단절은 각자도생의 다른 이름이다. ‘손절’이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되는 흐름을 경계한다.
경전의 탄생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4만2000원
경전은 인간의 성스러운 경험을 토대로 시대의 곤경에 응답하며 끊임없이 새로 쓰였다. 오늘날 경전은 때로 폭력과 배제를 부추기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저자는 세계 종교 분파가 오만과 불관용을 떨쳐내려면 인간과 경전이 맺었던 원초적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
은이정 지음·걷는사람·1만2000원
‘요양병원에서 베개를 절이고, 기저귀를 고명으로 올리는 레시피’로 쓴 시는 어떤 시일까. 2023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은이정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식당과 카페, 병원 등 일상의 공간을 시적 무대로 삼아 노동, 돌봄, 희생, 책임, 인간관계 등의 본질을 포착하는 시들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