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가 폭력을 정당화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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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가 폭력을 정당화할 순 없다

입력 2026.04.22 06:00

수정 2026.04.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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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2024년 5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 세운 이스라엘이 오늘날 국제사회로부터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공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고문 및 시신 유기 의혹 영상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의 참상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대통령의 비판을 두고 “홀로코스트를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이는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오히려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경험한 민족이라면,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인종주의와 폭력의 공포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경계했어야 한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발표한 보고서들을 보면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 참담하다. 18개월 된 아기의 몸에 남겨진 화상 자국과 뾰족한 창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진 혐의로 체포됐다가 오랜 굶주림과 질병으로 교도소에서 사망한 17세 소년, 비인간적인 고문과 성폭력, 민간인 학대 영상을 촬영해 오락처럼 즐기는 실태 등은 충격적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수감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조직적 학대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반인륜적 행태의 중심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권이 있다. 종교적 근본주의와 인종주의를 결합한 네타냐후 체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거 대상으로 규정하며 초기 나치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란과의 전쟁에선 휴전 상황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아 수천명을 희생시켰다.

이미 국제사회는 행동에 나섰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 방지 조치를 명령했고, 국제형사재판소는 네타냐후 총리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럽 각국도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나 ‘홀로코스트 경시’라는 프레임으로 피해가려 하지만, 전 세계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특정 민족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은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는 인류 보편의 상식에 기반한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겨냥한 이 대통령의 비판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대한민국 정상의 “뜻밖의” 입장 표명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국내 시민사회는 물론 현지에서도 감사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언급이 말에 그치지 않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정당한 지적을 수용하길 바란다. “내가 아프면 타인도 아프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네타냐후 정권이 깨닫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고립된 도덕적 파산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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