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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자의 최후

입력 2026.04.17 14:46

수정 2026.04.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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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인사팀 회의실

“김 팀장님, 이번에 우리 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조사해보니까, 신고한 직원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닌 게 많더라고요.”

“이 과장님, 정말요?”

“네. 알고 보니까 업무 평가 점수를 낮게 받은 게 불만이었던 거예요. 그걸 ‘상사가 나를 따돌린다’고 해석하고 동료들에게 계속 얘기하고 다녔어요.”

“평가 점수 불만을 괴롭힘으로 바꿔 말한 거네요.”

“맞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 신고자한테 뭐라고 하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요. 자칫하면 보복으로 몰릴까 봐서요.”

“그 심정 저도 알아요. 우리는 거꾸로 된 케이스가 있었어요.”

“어떤 거요?”

“한 직원이 팀장님을 신고했는데 ‘사실관계 확인 불가’로 기각이 됐어요. 그러니까 본부장님이 ‘신고가 허위니까 징계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법무팀에서 ‘기각됐다는 사실만으로는 허위라고 단정 못 한다’고 반려됐어요.”

“그러면 어디까지가 징계할 수 있는 선이에요?”

“그게 진짜 애매해요. 요즘 실무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예요.”

두 인사담당자의 대화는 요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한쪽은 허위로 의심되는데 손도 못 대는 답답함, 다른 한쪽은 기각됐다는 이유로 신고인을 조치해달라는 상대방의 민원입니다. 우리 근로기준법이 ‘신고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허위신고 대응’에는 특별히 처벌하거나 방지하는 구체적인 조항은 부족한 편입니다. 다만 괴롭힘 사건이 쌓여가고, 실무와 판례에서 허위신고에 대한 조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허위사실 지어내 신고하면

한 연구기관의 비서직 직원 A씨는 자신의 상급자인 B실장과 C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발언이었습니다. B실장이 회식 자리에서 “얘한테는 알리지 말라니까 얘 왜 왔어”라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C팀장에게 “쟤 내보낼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내부 조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신고를 기각했고, 회사는 추가 조사를 거쳐 A씨를 ‘허위신고’ 및 ‘동료에 대한 위증 강요’ 등을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A씨는 소송을 했지만, 법원은 허위신고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허위신고’로 판단한 근거는 구체적입니다. 첫 발언에 대해서 법원은 회식장이 옆 사람과 큰 소리로 말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고, 같은 테이블에 있던 여러 직원 중 그 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며, 정작 B실장은 1차 회식이 끝난 뒤 A씨에게 직접 “왜 2차에 오지 않았냐”고 전화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정말 따돌리고 싶었다면 그런 권유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발언은 B실장이 그 시각에 화상회의 중이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신고의 시점이었습니다. A씨는 오전 8시경 기술원장의 e메일 계정에서 B실장이 보낸 ‘A씨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보고 e메일을 열람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 7시경 D센터에 신고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괴롭힘이 있었다는 시점은 두 달 전이었는데, 두 달을 참다가 하필 자신에 대한 징계 보고 e메일을 본 그날 저녁 신고했다는 시간적 근접성에 법원은 주목했습니다. 더욱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동료 E씨에게 “회식장에서 그 말을 들었다고 진술해달라”고 위증을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불리한 처우금지)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지, 허위사실을 지어내 신고한 근로자까지 보호하는 규정은 아니다.” 허위 창작과 위증 강요라는 독립된 비위가 명백한 이상, 신고자라는 지위가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26. 2. 12. 선고 2025구합54304 판결: 확정).

유사하지만 다른 사건입니다. 상담사 F씨는 상급자 G씨의 본인에 대한 낮은 업무 평가에 불만을 품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G씨의 괴롭힘은 역시 불인정됐고, G씨는 F씨를 허위신고에 따른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평가점수를 매기는 것,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적법한 업무 처리였다고 판단했습니다.

F씨가 주관적 생각에 따라 일방적으로 부풀려 해석하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주변에 알린 행위가 G씨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신고자 F씨가 거꾸로 G씨에 대한 가해로 인정돼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이는 ‘허위신고에 대한 민사책임’의 문을 열어둔 판결입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4. 11. 26. 선고 2023가소94228 판결). 참고로 사기업에서는 허위신고로 인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기각≠허위

하지만 신고 결과가 ‘기각’이라고 해서 곧바로 ‘허위신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간호사 H씨는 병원 운영자의 배우자인 I씨로부터 업무 범위를 넘는 부당한 지시,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의 고성,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을 당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병원이 외부 공인노무사에게 위탁한 조사 결과는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거나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병원 운영자 부부는 H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허위신고로 피해를 입었다’는 논리였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이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2025. 6. 11. 선고 2023가단288849 판결). 법원은 “피고가 흥분한 상태에서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을 확정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로 볼 수 없고”, 비록 일방적인 폭언은 아니었더라도 “흥분한 상태에서 다소 거친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며, “CCTV 사각지대 등을 고려할 때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H씨의 신고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했거나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노동청도 I씨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으로 시정 권고를 한 점까지 고려한 뒤, “진정 등에 대해 쉽게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진정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나 보복의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기각=허위=손해배상’으로 직결된다면, 누구도 두려워서 신고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제재의 문턱은 높게 하되 명확한 제재 수단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은 평등고용기회위원회(BBOC)에서 “입증되지 않은 신고와 허위신고는 다르다”고 보되, 허위신고는 명예훼손·불법행위 소송을 인정합니다. 일본도 “입증 실패가 곧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기초로 하면서도,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사용자 안전배려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공정근로위원회(CWC)에서 “근로자에 대한 남용적 주장의 제기” 자체를 괴롭힘 행위의 한 유형으로 예시하고 있어, 허위신고 피해자가 역으로 괴롭힘 방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괴롭힘 신고 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장치입니까, 아니면 누군가를 공격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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