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양자컴퓨터는 아직도 초창기다. 승자가 없다 보니 그 방식과 종류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다들 비슷해 약간만 노력하면 같은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지만, 여전히 양자컴퓨터는 설계 사상에서부터 백가쟁명 중이라 그런 합의도 없는 단계다.
동시에 꺼질 수도, 켜질 수도 있다는 스위치를 늘어놓아 회로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양자 중첩’이나 ‘양자 얽힘’이라는 해설만큼이나 와닿지 않는다. 이처럼 양자라는 자기들도 잘 모르는 미시 세계의 과학에 의존해 공학을 쌓아 올리다 보니 이 스위치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 계산이 잘 안 된다. 양자컴퓨터를 수십년째 늘 미래 기술로 머물게 한 지긋지긋한 ‘양자 오류’다.
일반 컴퓨터의 비트와 달리 큐비트라고 불리는 이 양자 스위치는 그래서 하나하나 만들어 유지하는 데도 힘이 든다. 이 불안한 큐비트들을 얼마나 늘어놓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능이 평가된다.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중첩되고 얽힌 채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기에 작동만 한다면 그 자릿수만큼 복잡한 어떤 수수께끼라도 풀어낼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현대 문명이 의존하고 있는 각종 암호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집착과 관심은 바로 이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구글 등은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 등이 사용하는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큐비트가 실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음을 밝혀냈다. 그래서 Q데이가 생각보다 빠른 2029년에 온다고 했는데, Q데이란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모든 암호 체계를 무력화해버리는 임계 시점을 뜻하는 은어다.
2029년이라니, 기존에 이야기되던 2035년보다 훨씬 다급해졌다. 그야말로 파괴적인 내후년 기술인데, 코인이 수중에 없어도 걱정해야 할 일은 많다.
지금까지 암호를 걸어 놓은 많은 데이터, 이미 누군가는 데이터를 미리 훔쳐두고 그날을 기다릴 수도 있다.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지금 수집, 나중에 풀기)이라는 전략인데 더 무서운 일도 있다.
해커가 양자컴퓨터로 인증서를 뚝딱 만들어 그냥 정문으로 로그온해서 들어 오는 일이다. 인증이라는 행위 자체가 암호학의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사실 공포는 장사가 잘된다. 설령 벌어지지 않더라도 준비하는 자세란 좋은 지출 핑계가 된다. 구글의 Q데이 선언과 함께 안드로이드17 등 자사의 주요 플랫폼에 양자 내성(耐性) 보안을 도입한다는 뉴스가 덧붙는다. 플랫폼을 차별화하고 관련 제품을 상용화하겠다는 속내가 보인다.
양자컴퓨터 뉴스는 사실 양치기 소년 같아서 매년이 장밋빛이었다. 고전 컴퓨터보다 뛰어난 양자 우위를 점했다는 주장도 몇 차례나 등장했지만 금방 시들해졌다. 오죽하면 작년만 해도 엔비디아 젠슨 황이 양자컴퓨터는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관련 주가를 폭락시킨 적이 있을까.
그러나 IT의 발전은 선형적이지 않다. 동트기 전엔 암흑이다. 지금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몇 가지 난제, 특히 양자 오류 수정 등에서 어느 임계점만 넘어선다면 그간 쌓아놓아 억눌린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은 폭발할 수 있다. 진보는 0에서 1이 어렵다. 멈춘 바퀴를 굴릴 때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구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과연 Q데이가 곧 올까? 하나 확실한 건 언제든 그날이 밝았을 때 준비해두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