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에 먹고살면서”… 행안부 출신 이사장의 노조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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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덕에 먹고살면서”… 행안부 출신 이사장의 노조 혐오

입력 2026.04.13 06:00

수정 2026.04.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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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2년째 단체협약을 못 하는 이유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작은 사업장에도 실효성 있어야

지난 4월 6일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재단법인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이 노조와 단체협상에 임할 것과 이사장 면담 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노조분회 제공

지난 4월 6일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재단법인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이 노조와 단체협상에 임할 것과 이사장 면담 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노조분회 제공

“보통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에서는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이면 노사 간에 단체협약을 체결합니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의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노조 혐오가 주원인입니다.”

4월 초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가 낸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 2018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업무를 하는 지정 검사기관이다. 직원 수는 90여명.

지난 2024년 3월 금속노조(서울지부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분회, 이하 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 수는 55명이다. 그해 4월 12일 1차 교섭이 시작돼 올해 3월 10일까지 46차에 걸쳐 교섭이 이뤄졌으나,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협약체결을 거부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노조가 주장하는 교섭 결렬의 이유는 현재까지 한 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은 이사장의 태도다.

“교섭할 때마다 나오는 상대방은 이사들과 사측 노무사인데, 대리인이라고 하지만 결정권이 없어요. 그 자리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지면 다시 이사장 사무실로 가서 확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안 해주니 그냥 껍데기인 거죠.”

지난 4월 6일 만난 박창규 금속노조 서울지부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분회장의 말이다.

이 연구원의 민병대 이사장은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정책국장 출신이다. 행안부 재직 당시 현재 민간 지정검사기관 제도의 근간이 된 승강기 안전관리법 개정을 맡았다. 이 개정안은 2019년 3월부터 시행됐고, 그해 7월 연구원이 최초로 민간 지정검사기관이 됐다. 민간 지정검사기관으로는 이 연구원 외에 4~5개 기관이 더 있다. 공직 퇴임 후 그는 이 연구원의 이사장 겸 대표이사를 맡았다.

가족회사처럼 운영된 비영리 재단법인

이 연구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하지만 실상은 가족회사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사장의 배임 의혹이 보도된 바 있다. 민 이사장의 장남과 둘째 며느리를 회사의 관리직으로 채용하고, 둘째 아들은 회사가 렌트한 법인차량을 타고 다닌 사실이 2024년 3월 SBS 보도로 알려졌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노조원 A씨의 말이다. “그 보도 후 장남은 재택근무를 하다가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석사 출신으로 승강기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을 한 둘째 며느리는 그 후 출산 휴가를 1년 가까이 쓰고 나오지 않다가 정리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휴가 이전에도 일반 직원은 그 며느리라는 분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에서 기획관리부장을 맡았던 장남 민모씨의 근태명세를 보면 그 역시 제대로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박 분회장은 지난해 말 해임됐다가 이후 다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21일 회사 인근 교육장에서 열린 임직원 직무교육 시간에 이사장이 퇴장할 때 자신의 휴대전화에 ‘민○대 이사장님, 직원들에게 주는 돈이 그렇게 아깝습니까!’ 등이 적힌 플래카드 이미지를 띄워 머리 위에 들고 ‘이사장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두 차례 외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열린 특별인사위원회에서 박 분회장은 ‘고의적 중대 업무방해, 연구원 대표자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 등 고의적 중대 범죄행위 자행’ 등의 이유로 해임 처분됐다. 이에 대해 박 분회장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회사 측은 ‘특별재심 인사위원회’를 열어 감봉 3개월로 바꿨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해임은 물론 이 감봉 3개월 징계처분 역시 부당징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징계처분 취소와 징계처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노조 측은 회사의 반복되는 부당노동행위가 이사장과 간부들의 시대착오적인 노조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을 따져 성과급을 꼭 지급하겠다. 그러나 회사 인사위원회에 조합이 참여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내 덕분에 어디 가서 취직도 못 할 애들이 벌어 먹고산다”(민 이사장), “이사장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장모 이사), “다른 회사는 퇴직할 때 퇴직금을 안 주는 회사가 많다. 그런데 우리 이사장님은 퇴직금 통장을 관리하며 직원들 퇴직금을 준다.”(송모 관리부장)

노조가 정리한 경영진의 비상식적인 언행들이다.

“팀장 노조 가입 안 돼” 내규 노조법 위반

단체교섭이 2년째 결론을 못 내고 있는 데는 사측이 “팀장은 사용자에 해당해 노조 가입을 할 수 없다”는 회사 내규를 근거로 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 쪽 주장이다.

허용만 노무법인 지헌 대표노무사는 “노조 가입범위를 정하는 것은 회사 내규가 아니라 노조 규약”이라며 “설혹 회사 내규에 가입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노조는 단결권을 임의로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 주장은 노조법 위반에 해당하는 억지 논리라는 설명이다.

민 이사장은 기자의 취재 요청을 “회의 중이다”, “일정이 많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조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정리되는 대로 알려주겠다”면서도 사측 입장을 설명할 사람을 지정해달라는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회사 기획관리부장으로 일했던 장남은 “현재 나는 그쪽과 전혀 관련 없다”며, 연구원 취업 경위에 대한 질문에도 “내가 그것을 꼭 대답해 드려야 하나”라며 전화를 끊었다.

“30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조들은 고공농성하고, 단식하고, 오체투지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업장에서 짓밟히는 노동 3권에 주목하지 않는다.”

금속노조 남부지회의 서다윗 지회장의 말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때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도 최소한의 단협도 사업주 몽니에 막혀 맺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이 작은 사업장에도 실효성이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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