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담배’가 된 소셜미디어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디지털 담배’가 된 소셜미디어

입력 2026.04.08 06:00

수정 2026.04.08 06:02

펼치기/접기
소셜미디어 아이콘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소셜미디어 아이콘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 배심원단이 최근 내린 평결은 디지털 시대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여덟 살 때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노출돼 하루 16시간씩 SNS에 매달리다 우울증을 앓게 된 20대 여성의 호소에 법원이 메타와 구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600만달러(약 90억원)라는 배상액보다 주목되는 건, 기업이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무한 스크롤’과 ‘알고리즘 추천’이 10대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독성물질’과 같음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번 재판에서 원고 측은 1990년대 대형 담배회사를 무너뜨렸던 ‘타바코 소송’의 논리를 차용했다. 담배회사가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제품을 팔았듯, 빅테크 기업들 역시 알고리즘이 미성년자에게 끼칠 해악을 인지하고도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해 방치했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수익은 체류 시간에 비례하고, 체류 시간은 자극의 밀도에 비례한다. 그러니 더 강한 자극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설계된다. 자기 통제 능력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또래집단 내에서의 인정이나 비교에 민감한 청소년일수록 이 구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루 16시간을 스크롤 하는 사례는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만들어낸 극단값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현실은 참혹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자해·자살 시도는 지난 10년간 6.5배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디지털 환경을 지목한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 SNS에 접속한 아이들에게 알고리즘은 위로 대신 더 자극적인 고통의 전시와 자해 방법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좋아요’와 ‘알림’이라는 보상 체계는 아이들의 뇌를 짧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고등학생 10명 중 3명은 10분 이상 긴 글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의 중독성이 가정환경이나 개인의 의지 문제라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플랫폼의 구조적 설계 자체가 가해자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각국은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생성을 원천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고, 유럽 여러 나라도 미성년자 접속 제한이나 체류 시간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 비율은 40%를 상회한다. 딥페이크 성범죄와 SNS를 통한 약물 오남용 정보 공유 등 플랫폼의 유해성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무차별적인 알고리즘 추천을 제한하고, 미성년자 보호를 소홀히 한 기업에 징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과의 통상 마찰 등 신중해야 할 대목도 있겠으나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미래가 무너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