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너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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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 너무 싸다

입력 2026.04.03 14:40

수정 2026.04.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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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 쓰레기봉투 있어요?”, “다 떨어졌어요. 월요일에 들어와요.”

지난 주말 동네 슈퍼에 갔다가 계산대 앞에서 손님과 직원이 나누는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집에 와서 종량제 봉투가 몇 장인지 세어봤다. 5ℓ짜리 일반 쓰레기봉투가 11장, 1ℓ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15장 있다. ‘쓰봉 대란’ 전 사놓은 것이다. 우리 집은 이 정도면 한참 버틴다. 한숨 돌렸다.

처음엔 대란이 왜 나는지 의아했다. 쓰레기봉투 가격은 단순 봉툿값이 아니라 내가 버린 쓰레기에 대해 내는 값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투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룟값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면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전체 비용에 대해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다. 많이 버리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리는 사람은 적게 낸다. 30여년 전 종량제 제도가 만들어진 핵심 원리다. 그러니 최저임금이 오르고 유류비가 출렁일 때도 잠잠했던 종량제 봉투 가격이 비닐 원료 가격 때문에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은 가짜뉴스일 수밖에 없다.

처음엔 가짜뉴스 때문이었다고 해도, 사재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를 예전처럼 마트나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시민들의 불안은 이해가 간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 기자인 나조차 쓰레기봉투가 다 떨어지면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난감하다. 정부 대책을 기다릴 뿐이다.

이와 별개로 우리가 쓰레기에 대해 내는 값은 너무 싸다. 쓰레기를 집 앞에서 수거해 어디엔가 쌓아두었다가 이를 다시 옮겨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 중 우리가 봉툿값으로 내는 값의 비율을 ‘주민부담률’이라고 한다. 전국 평균 주민부담률은 2024년 기준 24.7%에 불과하다. 나머지 75.3%는 지자체가 세금으로 충당한다. 인건비와 처리비는 매년 상승하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종량제 봉툿값을 동결하면서 주민부담률은 매년 하락 중이다.

‘쓰레기 박사’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말했다. “종량제 봉툿값은 조례로 정하니까, 물가는 매년 올라가는데 현실화가 안 되고 주민부담률이 낮아요. 이걸 세금으로 메꾸니까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것 때문에 폐기물 처리 과정에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하는 거예요. 소각장이나 선별장 같은 처리 시설의 작업 환경도 그렇고, 폐기물을 수집하고 운반하는 분들의 노동 조건도 그렇고 투자가 안 되니까 개선이 안 되는 거죠. 쓰레기 관련해서 고질적인 재정 적자가 있으니 투자 여력이 있나요.”

거의 매일 밤 동네를 돌아다니는 ‘쓰레기차’를 본다. 환경미화원은 밤에 일한다. 사고 위험이 크고 노동자 건강에도 나쁘다. 기후부가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간작업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시행하는 지자체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주간에는 차가 밀려서 작업량이 야간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결국 주간작업을 하려면 차량을 추가하고 인력도 증원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돈이 없다.

어제 내놓은 쓰레기가 오늘 아침부터 보이지 않는다. 거리가 깨끗하다. 누군가 우리의 쓰레기를 옮기고, 모아서 선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묻거나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없어서는 안 될, 이 초특급 서비스를 서울시민은 7년째 쓰레기 20ℓ당 490원에 누리고 있다.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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