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중순. 봄 마중을 위해 부산 기장군 연화리를 찾았을 때 멸치 떼와 멋진 만남이 이루어졌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멸치는 비교적 수온이 높은 수면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봄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말을 가르며 유영하는 날렵한 모습에서는 강인한 생명의 리듬이 느껴졌다.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다. 최대 15㎝까지 자라며, 수명은 1년 반 정도다. 몸의 단면은 타원형에 가깝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작다. 양쪽 턱에는 미세한 이빨이 나 있다. 등 쪽은 짙은 청색을 띠고, 몸통 중앙에서 배 쪽으로 갈수록 은빛으로 변해 바닷속에서 특유의 빛을 발한다.
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는 멸치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낮은 위치에 있지만, 바다 어류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다. 수많은 포식자의 먹이가 돼야 할 운명이다 보니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알을 낳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한마리가 보통 4000~5000개의 알을 낳고 수정란은 1~2일 만에 부화하니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이 엄청나다.
전 세계적으로는 8종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연안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연근해를 오가는 멸치는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따뜻한 바다에 분포하며, 봄과 가을 두 차례 산란한다. 이른 봄, 멸치가 유명한 이유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충분히 먹이를 섭취해 축적한 지방질이, 낮은 수온으로 대사율이 떨어지는 겨울 동안 완전히 소모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