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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이야기

입력 2026.03.27 13:39

수정 2026.03.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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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됐다. 권도현 기자

지난 3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됐다. 권도현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안하자 “한가하게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당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등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반응이었지만, 중요 의제를 ‘한가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국회 풍경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과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해왔다. 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입법에 이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이 곧 ‘민생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본 건 비단 정치인만이 아니라는 취지다. 문제는 여당이 일부 검사들의 권력 남용을 교정하는 데만 몰두해 대부분 시민이 일선에서 접하는 수사기관인 경찰 등의 부실·과잉 수사를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논의는 빈곤했다는 점이다. “평범한 서민들의 관점에서 볼 때 수사의 전 과정에서 수사 주체와 수사를 통제하는 주체가 동시에 자기 역할을 하는 구조가 유리하다”(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지난 3월 25일 한겨레신문)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당 의원이 적잖지만 ‘나쁜 검사들을 봐주자는 것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논쟁,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는 여론전으로 흐르면서 논의 폭이 협소해진 측면이 있다. 여당 강경파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중수청이 수사를 시작하면 공소청에 알리고, 수사 과정에서 공소청 검사가 추가 입건 요청이나 의견 제시 등을 할 수 있게 한 조항들이 삭제됐다. 두 기관의 상호 견제를 끌어내려 당초 정부안에 담겼던 조항들이다. 사건 처리 지연, 경찰 감시체계 미비 등 우려가 제기되지만, 여당에선 “일단 해보고 문제 되면 법을 또 고치면 된다”는 무책임한 말이 들려온다.

정작 시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은 국회에서 한가한 이야기로 취급받는 모양새다. 십수년째 입법 공백 상태에 있는 헌법불합치 및 위헌 결정 법안은 20건이 넘는다. 스토킹 범죄, 교제폭력, 아동학대 등은 끊이지 않는데 보다 현실을 반영한 관련 법의 제·개정은 답보 상태다. 민생경제 관련 법안도 다수 계류돼 있다. 여당이 “개혁법안이자 민생법안”이라고 호명하는 법안들이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을 최우선 집중해야 할 현안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있는데 당이 너무 검찰개혁안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여당 지도부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제는 입법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우려에 답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법안 처리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공소 취소’, ‘조작 기소’ 등의 구호가 국회를 메운다. 과연 무엇이 한가한 이야기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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