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통령과 모두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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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통령과 모두의 대통령

입력 2026.03.27 13:38

수정 2026.03.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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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회의 시간에 있어 보이는 방법: 1.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라’라는 직장인 유머가 있다. 사람은 단순해서 일단 원을 2개 그려놓으면 아무 내용이 없더라도 그림에 대해 말을 하게 된다. 유시민 작가가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벤다이어그램을 그리자 사람들은 그 텅 빈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벤다이어그램을 요약하면 이 대통령 지지층을 ‘가치’의 A그룹, ‘이익’의 B그룹, 그 교집합 C그룹으로 나누고는 A는 대통령 인기가 떨어져도 끝까지 남을 ‘코어 지지층’, B는 대통령 인기가 식으면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고 했다. 자기네 당원들을 저렇게 구분해 바라본다면 당 바깥사람들은 어떻게 여길지 아찔하다.

3월 16일,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법안 정부 수정안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들을 향해 “본질과 괴리된 과도한 선명성 경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의 당·청 갈등은 ‘과도함’에 대한 입장 차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선거는 서로 다른 세력이 함께 치르는 협동 미션이다. 말하자면 고통스러운 조별 과제와 같아서 공동의 성과를 위해 불편해도 참고 서로를 견뎌야 한다. 대선이라는 조별 과제가 끝나면 묵혀 두었던 감정이 하나씩 드러난다. 통치 세력과 정권을 배출한 진영의 이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파의 수장으로서 당선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하는 대통령의 이중 지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진영주의자들의 존재감은 상대 진영과의 격렬한 투쟁을 통해 확인되지만, 대통령은 ‘과도함’에 이끌리면 통치 비용이 급증한다. ‘일이 되게’ 하려면 과도함을 경계해야 한다.

‘모두의 대통령’이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바라는 요구라면 ‘우리의 대통령’은 진영의 승리/상대 진영의 패배만을 바라는 요구다.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누구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당·청 갈등이 임기 초부터 이렇게 불거진 정권은 전례가 없다. 이유는 통치 세력과 진영 사이의 이해관계가 크게 벌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모두의 대통령으로서의 성과가 세력 전체의 이해관계와 대체로 맞물렸다면 과격해진 진영주의자들은 이제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 그들은 검찰개혁안에 제동을 걸고 ‘계엄 잔당’을 통치파트너로 인정하는 대통령의 방식을 따를 수가 없다.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될수록 진영의 열기는 식는다. 진영주의란 식으면 굳어버리는 시멘트 같아서 진영주의자들에게 적개심을 버린다는 건 곧 존재 이유를 잃는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적개심을 유지하기를, ‘우리의 대통령’이 되길 요구한다. ‘모두의 대통령’이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바라는 요구라면 ‘우리의 대통령’은 진영의 승리/상대 진영의 패배만을 바라는 요구다. 진영주의가 집안싸움을 넘어서 공동체를 향한 공격의 성격을 띠는 이유다.

모든 정권은 태어날 때 가진 마일리지를 소모하며 임기를 채운다. 그것이 언제 소진되느냐가 레임덕의 시기를 결정한다. 진영의 대통령이 된다면 진영주의자들은 다시 한번 자기 위치를 보전할 활력을 얻겠지만 정권은 임기 내내 중병에 시달릴 운명에 빠진다.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누구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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