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검찰청 폐지 후 남은 검찰개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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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검찰청 폐지 후 남은 검찰개혁 과제

입력 2026.03.27 13:37

수정 2026.03.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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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소청법이 무제한 토론 끝에 통과됐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소청법이 무제한 토론 끝에 통과됐다. 연합뉴스

마침내 검찰청이 폐지됐다. 해방 후 친일 경찰을 못 믿어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검찰이 78년간 갖고 있던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됐다. 공소제기와 공판수행이라는 소추권은 수사권과 분리돼 공소청에 남았다. 6월 지방선거 후 형사소송법 등 절차법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칫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빛의 혁명이라고 해도 그 안에 안주해 단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똑똑하다는 것인지, 빛의 혁명을 배신하는 것인지, 또다시 전·현직 검사들에게 속는 것인지 화가 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그러다 개혁은 좌절되고 더 강한 반동을 불러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기에 경각심이 필요했다.

입법 예고 법안에 숨어 있던 독소조항

당초 입법 예고된 정부의 중수청법안에는 독소조항이 걸러지지 않았다. 권한 남용 우려가 있고, 다른 나라 입법례에도 찾아볼 수 없는 조항이 숨어 있었다. 이것은 권한을 분산, 견제해 비대한 검찰 권한을 정상화한다는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공소청의 힘이 더 세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상하관계로 유착되는 구조로 짜였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을 지휘하면서 표적수사, 별건수사를 시킬 수 있게 됐다. 대검 중수부, 특수부 검사들의 오랜 꿈이었던 ‘대검 중수부가 청으로 승격된 대검 중수청’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선 수사대상에 사이버범죄가 포괄적으로 추가됐다. 또 중수청은 다른 수사기관들에 사건이첩을 요구할 수 있었다. 중수청은 과거 대검 중수부가 그랬듯이 국가수사본부, 심지어 공수처에 대해서도 특정 사건을 빼내올 수 있었다. 여기에 중수청 수사관은 수사 개시 시 지체없이 공소청 검사에게 수사사항을 통보할 의무가 있게 됐다. 이때 검사는 협의를 요청할 권한이 주어졌다. 이로써 공소청 검사는 모든 중요 사건을 사건 초기부터 알게 되고, 검사에 의한 수사 기밀 유출 위험이 늘어나고 수사를 사실상 지휘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검사는 송치받은 후 중수청에 입건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남용 우려가 큰 조항인데, 검사는 송치 후 보완수사를 하면서 증거를 만들어내 입건을 요청함으로써 얼마든지 표적수사, 별건수사, 조작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중수청 수사관은 신설된 법왜곡죄,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의 입건 요청에 절대로 불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 극적인 3일간의 당·정·청 협의를 거쳐 이들 조항은 대부분 삭제되거나 제한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검사에 대한 수사사항 통보의무, 검사의 입건 요청 등 독소조항과 검사의 특사경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삭제됐다. 사이버범죄도 범위를 한정했다.

국무조정실이 정부 입법을 주관하기로 한 이후 제대로 된 중수청법안, 공소청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자칫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위기가 될 뻔한 상황이 초래됐던 이유는 쟁점과 조문에 대한 숙의, 입안 과정에서 책임부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해온 반개혁적인 전·현직 검사들이 행정부 공무원과 국민을 대하는 위세와 속임수가 아주 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검언유착’으로, 수구 언론과 기획 세력이 가세해 사실을 비틀어 여론을 호도하고 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고 낙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전·현직 검사들은 법안에 따른 부작용과 숨겨진 의도는 이야기하지 않고 중수청법안, 공소청법안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좋은 말만 계속했다. 검찰개혁에 처음부터 미온적인 생각을 가진 정부 인사들이 입법에 관여했다. 경찰공무원이 잘못이 있으면 그것대로 처벌하면 되는데도, 검사가 ‘사법통제’라는 이름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검사는 잘못이 있더라도 심지어 내란특검, 김건희 특검을 통해서도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현실은 외면했다. 부처를 달리하는 외청이나 처로서 각각 독립기관이면서도 상하관계로 규율되는 문제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소청 검사 한 명이 지휘권 행사를 통해 중수청 내부의 전체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검사가 사건을 덮고 싶으면, 중수청을 통해 계속 재수사요청을 하면서 사건을 덮어버릴 위험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처럼 국민을 속이는 ‘사기적 용어’와 주장들이 집요하게 제기될 것이다.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용어로 그 실질이 직접수사권인데도 보완이라는 그럴듯한 옷을 입힌 ‘보완수사권’, 불송치 결정은 엄연히 개념상 수사권에 속하는데도 소추기관인 공소청이 지금 규정보다 더 후퇴해 과거로 되돌리려는 ‘전건송치주의(기소사건뿐 아니라 불기소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송치)’, 금감원 특사경 활용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대검 반부패부에 대한 정보 보고에서 나타났듯 정치 검사의 부당한 수사 관여와 전관 법률시장의 폐해가 두드러졌던 ‘특사경 지휘권’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온갖 시도가 그것이다.

하지만 보완수사권을 구실로 한 공소청 수사인력의 존치, 전건송치주의와 특사경 지휘권의 부활을 허용해선 안 된다. 격랑이 몰아쳐도 중심을 잃지 않으면 배가 침몰하지 않듯이 형사소송법 개정 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영되길 희망한다.

‘검사의 객관의무’ 명문 규정화 필요성

먼저 판례에서 인정되고 있는 ‘검사의 객관의무’가 명문 규정으로 신설될 필요가 있다. 그 효과로는 검사는 유죄뿐만 아니라 무죄의 증거도 수집·제출해야 하고 재심청구, 공소 취소, 무죄판결에 대한 원칙적 불상소 등 객관적인 소송행위까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의무가 강조될 것이다.

또 형사소송법 제196조 등 검사의 수사권 조항이 삭제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 진술조서 등’ 검사가 수사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증거가 형소법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이제 검사는 중수청, 국수본의 증거수집 및 범인발견 과정에 협력적으로 참여하고, 법정에서 직접증거로 범죄의 증명을 해야 할 것이다.

검사가 ‘보완수사요청’(검사가 불송치 사건의 기록 사본을 넘겨받아 3개월간 검토한 후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는 ‘재수사요청’도 그 실질은 보완수사요청임)을 남용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청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형소법 조문의 정교한 수정이 필요하다. 보완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든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자 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진행될 것이다. 종래 검찰의 보완수사는 실제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공소청에는 더는 수사 인력과 수사부서가 없어야 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상황은 보완수사요청과 수사기관과의 즉각적인 협력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기소처분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사법적 통제로서 법원의 ‘재정신청제도’가 취지에 부합해 실질화될 수 있도록 형소법, 법원조직법 조문의 대폭적인 정비와 개정이 필요하다.

빛의 혁명 과정에서 드러난 시대정신은 주권자인 국민이 수사와 재판, 입법 등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 즉 검사의 수사 배제는 수사 기소 분리 원칙에 대한 통찰적 이해이자 실천적 지침이다.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찰개혁 입법에 분명한 방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변화된 제도와 업무를 통할하고 정착시키는 사람이 중요하니 공소청장, 중수청장 등 책임 있는 자리에 개혁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적임자가 임명되길 바란다. 중장기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통해 5·16 군부 세력이 만든 검사의 독점적 영장신청권, 일제의 잔재인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삭제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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