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한 기운은 아직이다. 햇볕은 따스해졌지만, 겨우내 곳곳에 깃든 찬 기운이 은연중 느껴졌다. 담양천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넌다. 전라남도에서도 담양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죽녹원이 눈앞에 드러난다. 가지 위에 버들강아지가 채 터지지도 않았지만, 푸른 빛이 감돈다. 아니 저 푸른 빛은 진 적이 없다.
이곳은 야산이었다고 한다. 늘 그 자리에 있던 대나무숲일 뿐이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이 숲은 2003년 5월에 공원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이 야산이 자원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안목은 담양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총 16만㎡의 넓고 울창한 대숲. 그 안쪽으로 2.2㎞의 산책로와 죽녹원 8길, 판소리 전수관, 송강 정철 유적지, 죽향 체험마을 등을 조성했다. 숲은 그 자체로 볼거리이자 마음에 안식을 주는 장소였지만,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기자 점점 사람이 몰렸다. 한낱 대나무숲에 지나지 않던 야산은 전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숲을 걷는 동안 바람이 일 때마다 사라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대나무는 바람에 순응하는 식물이다. 가지와 가지가 맞부딪힐 때 내는 소리에 마음이 움직인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이미 봄이다. 푸른 봄기운이 쏟아진다. 몇 번을 와도 좋은 건 이곳에 변치 않는 푸르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