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3월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초기 수습 실패와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비극은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상징한다. 179명이 숨진 대형 참사 발생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이 공항 담벼락 밑에서 직접 가족의 뼈를 수습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또 묻게 된다. 지난 1년여간 국가는 어디에 존재했는가.
최근 무안공항 인근에서 발견된 60여 점의 유해는 이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드러낸다. 사고 직후 정부는 신속한 현장 수습과 ‘정상화’에만 급급했다. 기체 잔해를 마대 자루에 담아 방치하고, 유가족들에게는 빠른 장례를 종용하며 흩어지게 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유가족의 말처럼 정강이뼈조차 식별하지 못한 채 현장을 치워버린 행태는 수습이 아니라 은폐에 가까워 보인다. 대통령이 폐쇄 상태인 무안공항의 재개항을 지시한 바로 다음 날 유해가 발견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존엄보다 경제적 실익과 정치적 성과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비친다.
감사원 조사 결과는 더욱 허망하다. 참사의 핵심 원인이 된 콘크리트 둔덕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설치된 것이었다. 항공기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안전구역에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구조물을 세우면서 취약성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보완 요청이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한 소관 부처의 안일함은 이 사고가 명백한 인재임을 드러낸다.
더욱이 조종사의 정신건강 관리 부실, 자격증 위조, 성능 미달 장비 방치 등 항공 안전 전반에 걸쳐 드러난 구멍은 언제 어디서든 제2의 무안공항 참사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무딘 ‘펜대’가 누군가에게는 폭풍이 되고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은 뼈아프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미 10·29 이태원 참사를 통해 국가의 부재가 가져오는 고통을 목도했다. “10분만 빨랐어도 100명은 살았을 것”이라는 생존자의 절규와 “국가는 지난 1년여간 어디에 존재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무안공항 유족의 분노는 닮았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특별법과 지원책을 내놓지만,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보상이 아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철저한 유해 수습,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가의 진심 어린 약속이다.
유해를 잔해더미와 함께 모아두고 수습이 끝났다고 단언했던 국가의 오만함 앞에 유가족들은 다시 고통 속으로 회귀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수색에 나서야 한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뒤로 미룬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그 책무는 사고가 터진 순간뿐만 아니라 마지막 한 점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