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지난 3월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유륫값 많이 안정돼가고 있나요? 바가지는 신고하세요.”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도입된 지난 3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글 아래엔 경기 시흥 지역 18개 주유소의 1ℓ당 휘발유 가격이 표기된 지도도 첨부돼 있었다. 이 글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부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지 여드레 만에 올라온 것이다. 당시에도, 이번에도 댓글 반응은 비슷했다. ‘주유소=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었다.
정부 부처는 이런 여론을 기름값 상승 억제에 활용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부터 “국가 위기에 무분별하게 가격을 올리는 파렴치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주유소 폭리 프레임을 강화했다. 그래서일까. 시장 가격 개입 우려로 사문화된 최고가격제 도입도 큰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주유소가 일방적 비난을 받는 것이 온당한가는 의문이 남는다. 이들 발언 어디에서도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살핀 흔적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소 중에는 당시 공급가보다 가격을 낮춰 팔았던 곳도 있었다. 3월 4일 만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유소 사장은 “이틀 전에는 휘발유 공급가격이 1ℓ당 1758원이었고, 3일에는 1820원, 오늘은 1920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이날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공급가보다 60원가량 저렴한 1800원대 중반이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도 경유를 1ℓ당 1830원에 판매했다. 공급가는 150원 정도 비싼 1980원대였다. 이 주유소 사장은 “손님이 몰려서 오늘도 오후 3시에 기름을 다시 들여왔는데, 그사이 공급가가 올라 반영한 게 이 가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도 ‘주유소 폭리’ 프레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인하 폭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적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주유소 사장들도 ‘감히’ 원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 것이 눈에 보일 때는 대량 구매에 나서지만, 가격이 오른 뒤에는 구매를 망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가격제 이후 소비자들은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 가득 대신 필요한 만큼만 기름을 채우고 있기도 하다. 이란 전쟁 이후 공급받은 재고를 보유한 주유소라면 이를 빠르게 소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석유류 마진율을 따져보면 ‘폭리’라는 지적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주유소의 평소 마진율은 4~6%다. 카드 수수료(1.5%)와 기름 구매를 위한 대출,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돈은 많지 않다. 실제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기준 1.4%로, 10만원을 팔아도 1400원 정도가 남는다.
실제 가격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월 13일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해진 1ℓ당 공급가는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이었다. 이후 14일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845원, 1848원이었고, 18일에는 1826원, 1823원으로 내려왔다. 18일 기준으로 보면 공급가와의 차이는 각각 110원, 102원으로, 마진율은 6%에 조금 못 미친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주인 15일 저녁, 시민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합정역에 서서 지나가는 시민 20명 정도를 붙잡았다. 그때 만난 자영업자 정모씨(34)의 발언이 기억난다. “이재명 잘했죠. (이란 전쟁 이후 오른 경윳값) 500원 중에 300원을 내렸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주유소를 탓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도 먹고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