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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우크라이나 모멘트

입력 2026.03.20 14:40

수정 2026.03.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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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변호사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변호사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변호사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27%가 위험에 처했고, 특히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의 80%, LNG의 90% 이상이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는데, 이는 아시아 석유 수요의 40%, LNG 수입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아시아는 그동안 수입 연료에 크게 의존해왔고, 석유 공급원이 다양하지도 않았다. 그 구조적 취약성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현 상황을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불과 4년 전에도 우리는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가스 가격이 치솟고,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했다. 최근 4년간 두 번째로 발생한 대형 화석연료 위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궁극적인 대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는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언젠가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고, 요동치는 석유·가스의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다음 위기가 더 혼란스러운 형태로 찾아올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이번 위기를 ‘아시아의 우크라이나 모멘트(Moment)’라 표현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을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자극한 것처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은 아시아가 수입 석유·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자극할 것이라는 요지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현세대는 대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수송의 수입 석유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화석연료 수입국들은 연간 수입 비용의 3분의 1 이상, 약 60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부문의 화석연료까지 대체하면 화석연료 수입의 70%까지 감축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중국으로 공급망 의존도를 옮겨가는 것뿐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은 한번 설치하면 30년간 연료비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을 무한 반복해야 공급될 수 있는 화석연료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전기화가 이뤄지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연소과정’과 달리 전기를 운동으로 바꾸는 효율은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고, 요동치는 석유·가스의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다음 위기가 더 혼란스러운 형태로 찾아올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기후위기를 위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다. 국가안보이자, 무엇보다 이제는 가장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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