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5년 4월, 세종시설관리공단 로비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3년 전 ‘파면’으로 쫓겨났던 박윤수 소장이 법원 판결문을 들고 다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치며 공단이 물어낸 이행강제금은 총 1억원에 육박합니다. “부당해고이니 즉시 복직시키라”는 확정된 복직 명령 앞에 공단은 문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따뜻한 환영이 아닌 싸늘한 ‘직위 해제’ 통보서였습니다. 복직 당일, 그는 다시 재택근무라는 이름의 유배지로 떠나야 했고, 공단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3년 전의 그 사유를 다시 꺼내 들며 두 번째 인사보복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행강제금 1억원과 무노동 임금 지급
이 사건의 핵심은 공공기관이 사회적 비난과 거액의 예산 낭비를 감수하면서까지 한 직원을 배제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공단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명령을 모두 거부하며 네 차례에 걸쳐 총 9412만5000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습니다. 노동위원회 단일 이행강제금 납부로 역대급 기록입니다. 기관은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가면서 복직 명령에 불복하면서 다투었으나, 결국 패소하고 1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행강제금과 약 3년치 임금상당액을 물어주며 막대한 혈세만 낭비했습니다.
박 소장은 ‘내부고발자’였습니다. 기관으로부터 근로자 임금 과다 지급TF 팀장으로 명받아 내부 불법행위를 정리했고, 장례용품 불법 판매 문제를 제기해 감사원으로부터 내부고발자 인정을 받은 인물입니다. 내부고발로 수억원대 임금 환수를 당할 처지에 놓인 반대파 측에서 박 소장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노동조합 역시 박 소장을 공격했습니다.
공단이 징계 사유로 내세운 ‘폭언’과 ‘부당 지시’ 등 직장내 괴롭힘 사유에 대해 박 소장은 “비위 직원을 조사하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행위”였고, 내부 정보를 유출한 직원에 대한 업무상 질책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법원은 징계 사유 중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파면’은 과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공단은 복직시킨 지 석 달 만에 다시 ‘해임’을 의결했고, 이후 재심에서 박 소장 측이 형사고발로 다투자 ‘강등’으로 수위를 낮췄습니다. 하지만 30년 공직 생활을 한 관리자에게 직급을 내리는 ‘강등’은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는 수준의 중징계입니다. 박 소장은 다시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찾아 지난한 싸움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례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돈(이행강제금·임금)으로 때우며 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법원이 부당해고라 판결해도 기술적인 ‘재징계’를 통해 끝까지 근로자를 배제하려는 공공기관의 인사 관행을 보여줍니다.
“364일 계약이라 퇴직금 못 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1년 동안 근무한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환경청 측은 근무 기간이 2025년 1월 2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365일에서 하루가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초 채용 공고에는 ‘채용일로부터 1년’으로 명시돼 있었으나, 실제 계약서상 시작일은 1월 2일로 기재됐습니다.
퇴직금은 법상 원칙적으로 계속 근로기간이 1년 365일 이상이어야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3월 2일부터 1년 근무한 교사 사건에서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부터 시작해 다음 해 2월 말일까지인데 3월 1일은 공휴일인 점, 원고의 계약 기간이 3월 2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계약 기간 기산일이 공휴일인 3월 1일로 기재됐을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에 비춰 현저히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1년간 계속 근로한 것으로 봐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14다221074 판결).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의도적으로 364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견됩니다.
11개월 일한 뒤 한 달 쉬게 하고 재입사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1년 미만 계약이라도 계약 갱신·반복, 재채용, 형식적 공개채용, 짧은 공백(방학·계절적 요인 등)이 있었고,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이어졌다면 기간을 합산해 계속근로 1년 이상으로 봐서 퇴직금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힘겹게 싸워야 합니다.
사용자 측에서 ‘근무 기간을 하나로 묶지 말고, 각 계약 단위로 단절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면, 수원지법 2019나68398 퇴직금 사건에서 피고 경기도의 주장). 이에 대해 법원은 “각 근로계약의 계약 기간들 사이의 공백 기간은 원고의 업무 특성 또는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무급휴가 또는 휴직 기간에 해당한다”라고 봐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육아휴직 공무원 워킹맘의 눈물
최근 모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된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 역시 ‘국가의 불량한 사용자 사례’입니다. 워킹맘이었던 임기제 공무원은 육아휴직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담당자로부터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고, 기관 역시 임기 만료일을 1년 3개월 초과하는 기간까지 육아휴직을 공식 승인하며 대체 인력까지 채용했습니다. 심지어 임기 만료 이후에도 7개월간 수당을 지급하며 재직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돌연 ‘행정 착오’였다는 이유로 몇 달 전 시점으로 당연퇴직을 소급 통보했습니다. 기관은 내부의 과실로 담당자 징계까지 한 사건을 근로자에게 책임 전가했습니다. 육아휴직 공무원은 강제 퇴직했고, 신뢰는 깨졌습니다.
시의회는 최근 5년간 임기가 만료된 다른 임기제 공무원 5명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임기를 연장해줬습니다. 그런데 유독 육아휴직 중이던 위 근로자에게만 최소한의 근무성적평가나 심사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퇴직을 통보했습니다. 이는 지방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며,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일·가정 양립의 가치를 훼손한 사례입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진정 ‘모범적 사용자’가 되고자 한다면, 법적 형식 논리 뒤에 숨어 노동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릴 것이 아니라 적법 절차 준수와 신뢰 형성에 대한 책무를 먼저 통감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가 모범적 사용자가 되자”는 기조를 세웠습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11개월이나 364일 단위로 계약을 맺는 쪼개기 계약 관행을 점검하고 단속에 나선다고 합니다.
공공기관에서 누군가의 1년이 364일로 잘려 나갈 때, 아이를 기르기 위해 휴직을 선택한 부모가 복귀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내부고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는 현실 속에서 자라난 불안감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일회성 단속을 넘어 제도화도 필요합니다(공공부문 계약직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육아휴직 보장 지침 명문화). 이번 정부 방침과 단속이 정당한 근로계약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