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빨리 떠나야 이득이 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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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빨리 떠나야 이득이 되는 나라

입력 2026.03.18 06:00

수정 2026.03.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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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현대1,2차 아파트 단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현대1,2차 아파트 단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이고 어디 서울하고 비교해서 됩니까. 여기는 지방인데.”

서울과 지방 광역시 대장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10년 새 2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쓰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50억원씩 하는 것은 이제 그러려니 해도, 지방 아파트가 7억~8억원씩 한다는 소식에는 혀를 차는 취재원이 많았다. ‘서울은 마땅히 오를 만하고, 지방이니 별 볼 일 없으니 당연하지 않냐’는 투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체 일자리의 52%, 좋은 일자리의 60%가 집중된 곳, 대기업 본사 10곳 중 8곳이 있고,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의 80%가 몰려 있다. 서울은 그래서 언제나 가장 비쌌다. 그래도 지금처럼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던 적은 없다. 지방 대장 아파트를 팔면 서울 변두리라도 기웃거릴 수 있었고, 빚을 내고 웃돈을 보태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가 오르면 키 맞추기를 하듯 지방 아파트도 올라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한 주민의 말처럼 “대구 아파트 두 채 팔면 서울에 한 채 구할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지방 자산 격차를 취재하면서 만난 지역의 많은 주민에게 서울은 지방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이 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땅에서 나고 자라 똑같이 공부하고 취직해도 지방에 터 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극복할 수 없는 자산 격차가 생긴다. 누가 먼저 서울로 상경하느냐에 따라 이 격차는 더 커지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격차는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대물림을 끊는 방법은 상경해 그 세상에 편입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가 앞으로 지방소멸을 점점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에 머물수록 자신도 자식 세대도 더 가난해지니, 지방을 떠나 상경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발전 공약을 벌써 쏟아내고 있다. 메가시티 구상부터 광역철도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지방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이득이 된다는 현실을 뒤집지 못하면 국토 균형 발전은 앞으로도 선거철의 구호로만 남을 것 같다.

이호준 기자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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