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피해는 왜 항상 약자를 향할까…이번에도 고통받는 어린이와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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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피해는 왜 항상 약자를 향할까…이번에도 고통받는 어린이와 여성들

입력 2026.03.13 15:01

수정 2026.03.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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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습 사망자 대다수는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걸프국 떠받치는 ‘이주노동자’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커다란 짐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커다란 짐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래 중동 지역 곳곳에서는 폭발음이 멎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20배 강하게 이란을 타격할 것”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내고, 이란 지도부가 “절대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위협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번 전쟁의 피해 역시 가장 낮은 곳으로 향했다. 어린이와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희생됐으며 위태로운 휴전 협상이 중단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인도주의적 물자와 국제사회의 관심이 끊겼다.

국제사회 의제서 밀려난 가자지구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폭격으로 폐허로 변했다. 현재 불완전한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이란과 또 다른 전쟁에 뛰어든 후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월 28일(현지시간) 이후 가자지구와 외부를 잇는 국경 검문소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도적 물자의 반입과 환자들의 의료 후송을 제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박으로 가자지구 남부의 케렘 샬롬 검문소를 재개방했지만, 이스라엘을 통하지 않고 이집트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는 여전히 통제 중이다. 케렘 샬롬 검문소의 개방만으로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도주의적 물자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적 물자 공급이 극히 제한되면서 가자지구에서는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급상승하거나 일부 물품은 아예 구하지 못하게 됐다. 유니세프 대변인은 일부 생필품 중 200~300%까지 가격이 급등한 물품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파로 구호기구들도 배급소 운영을 중단하는 등 활동을 줄이고 있다. 앞선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부상당한 후 해외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환자 수천명의 이송길도 막혔다.

인권단체 유로 지중해 모니터의 활동가 라미 압두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범죄를 저지를 더 넓은 공간을 얻었다”며 “국경 통행에 대한 심각한 제한으로 인도적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월 28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3월 9일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종전 이행 협상은 대이란 공습 이래 보류되고 있다. 가자지구 재건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걸프국들이 이란의 보복 공습을 받는 상황도 이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3월 11일 기준 걸프국에서는 이란의 보복 공습 등으로 14명이 숨졌고, 이중 최소 11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쟁 첫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망한 3명은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출신이었다. 이들 중 운전기사로 일하던 파키스탄 출신 무리브 자만은 요격된 이란 미사일의 파편에 맞아 숨졌으며, 방글라데시 출신 배달 노동자 살레 아흐메드는 식수를 배달하던 중 사망했다. 3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가에서 사망한 2명도 각각 인도, 방글라데시 국적자였다.

이란 미나브 지역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에 대한 공습 이후인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위한 무덤이 마련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미나브 지역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에 대한 공습 이후인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위한 무덤이 마련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걸프국은 수천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 6개국인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거주하는 6200만명 중 약 3500만명이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건설, 가사, 배달노동자 등 필수 인력으로 걸프국에 노동력을 제공해왔다. 특히 UAE와 카타르는 이주노동자가 전체인구의 80~90%에 달할 정도다.

이주노동자 상당수는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어 전쟁 중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주노동자들은 대피로가 부족한 기숙사 등에 거주할 가능성이 커 공습으로 인한 폭발이 발생할 시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청소노동자 등 필수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일을 쉬는 것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두바이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 노동자 마지드 알리(34)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폭발이나 미사일 공격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노동자 숙소나 작업장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어디에 숨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동 생명 보호는 국제법 적시”

2월 28일 이란 미나브 지역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는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이란 국영언론에 따르면 공습으로 최소 175명이 숨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수업을 듣고 있던 7~12세 어린이였다. 폭격의 잔해 속에서 피에 젖은 교과서와 책가방이 함께 발견됐다. 학교에서 약 8㎞ 떨어진 곳에 마련된 공동묘지에서는 인부들이 관을 넣을 구덩이 100여개를 나란히 파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단일 공습으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이 사건에 관해 미국은 책임 소재를 부인하고 있다. NYT는 이란이 공습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미군이 사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로 보인다고 3월 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란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란이든 다른 나라든 토마호크 미사일은 매우 범용적인 무기라 다른 나라에도 판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미 국무부는 해외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판매할 시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간디 병원도 3월 1일 공습으로 파괴됐다. 이란 국영 TV는 의료진이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들을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유니세프는 3월 5일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는 최소 20개의 학교와 10개의 병원이 피해를 당해 어린이들이 교육과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차질이 생겼다”며 “국제인도법에 따라 아동의 생명과 복지는 언제나 보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2월 28일부터 3월 10일 자정까지 이란에서 민간인 1262명이 숨졌으며, 이중 최소 200명이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알리 자파리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최연소 사망자는 생후 8개월의 여자아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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