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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6.03.13 14:56

수정 2026.03.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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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오늘 아침 시사방송에 등장한 패널들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수직 상승하면서 한때 57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전쟁은 곧 끝난다”고 발언한 어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폭등했다. 그제 한 중동 전문가는 이란에서 이뤄지는 무자비한 미사일 폭격에 우려를 표하다가도, “반도체와 방산 기업에 적절히 나눠 담아”, 주식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식은 “선방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다들 하나가 된 듯 웃는 모습이 기괴하게 들렸다.

우리 언론은 폭락장엔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한다”고 소리치다가 이튿날 폭등장이 오면 세상으로부터 한껏 뒤로 물러나 관조하듯 뉴스를 전한다. 진행자와 패널들은 아무 의심 없이 모든 국민이 자신들처럼 반도체주와 방산주에 적절히 투자하고 있다고 가정해 말을 내뱉는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심장을 잃은 염소처럼, 그들의 감정을 따라다닌다.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군비 증강만이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선제적 예방 공격”이란 말장난으로 미사일 폭격을 개시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이란 남부 해안도시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어린이 168명이 미사일 한 방에 목숨을 잃었다. 사흘 후 치러진 합동 장례식에선 어른들의 울부짖음이 가득했다. 그로부터 1만㎞ 떨어진 곳에 있던 트럼프는 “이란의 오발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둘러댔지만, 언제나 그렇듯 새빨간 거짓말이다. 학살자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아침에는 ‘종전 가능성’을, 저녁에는 ‘영원한 전쟁’을 부르짖는다. 이들이 이런 극단적인 조울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금융시장과 유가 때문이다.

협상 도중 갑작스러운 미사일 공세를 받은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까지 반격할 역량이 없다.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이 표적이 된 것은 그 때문이다. UAE 두바이는 이란의 자살드론 샤헤드136이 들이닥친 여러 지역 중 하나다. 3월 2일, 두바이의 작은 아파트에서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던 한 여성은 이 드론 공격의 민간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로부터 한 주 후 UAE 당국은 총 6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는데, 하나같이 파키스탄과 네팔,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었다.

공격 이후 국내 뉴스들은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가 중동 국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과장 섞은 보도를 연이어 내보냈다. 이 미사일을 생산하는 LIG넥스원 주가가 거의 50% 가까이 폭등하자 “이란 전쟁 수혜주”라는 말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애국심으로 샀는데 애국심이 돈으로 돌아왔다”는 농담도 덧붙인다.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군비 증강만이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선제적 예방 공격”이란 말장난으로 미사일 폭격을 개시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이스라엘과 이란, 미국 모두 전보다 더 많은 최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지만 하나같이 과거보다 더 불안정한 전쟁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인류에겐 얼마든 구조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트럼프를 따라 오판에 의한 전쟁과 군비 증강을 택하고 있다. 이는 삶의 파괴로 귀결될 뿐이다. 민간인에 대한 대량 폭격이 미소로 이어지는 시대는 아무래도 끔찍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런 시대에 살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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