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미 공군 소속 B-1B 폭격기가 영국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화되는 사이, X(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발발했다. 이란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가 공습으로 무너지고 168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을 때, 누군가는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 화면을 실제 전투 영상으로 둔갑시켰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의 건물 화재 영상은 2026년 CIA 전초기지 폭격 장면으로 재포장됐다. 이 허위정보는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AI가 생성한 영상은 틱톡에서 1억뷰를 넘기까지 했다. 허위정보감시기구 뉴스가드(NewsGuard)가 지적하듯, 현대인은 사건 발생과 검증된 정보 공개 사이의 ‘시차’를 견디지 못한다. 즉시성에 길든 수용자들은 속보와 확인된 이미지 사이의 공백을 참지 못하며, AI는 바로 이 심리적 틈새에 기생해 허위정보 생산의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사실 전쟁 국면 허위정보 확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으레 전쟁이 발발하면 허위정보 확산은 기본 상태가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X를 중심으로 온갖 선동과 허위조작 이미지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단순한 확산을 넘어 현대사회의 구조적 병리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시각 정보에 대한 맹목적 신뢰 경향이다. 전쟁의 압도적 규모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시각 자료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려는 수용자에게 매력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의존성이 허위조작정보의 가장 넓은 통로가 된다.
반복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허위정보는 규제의 공백을 타고 끈질기게 생존한다. 페이스북이나 X 같은 개방형 소셜미디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자, 정교한 허위정보 캠페인은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같은 비공개 메시지 전달 플랫폼의 은밀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규제가 ‘공개’와 ‘비공개’라는 이분법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메시지 전달 플랫폼은 일 대 일 대화부터 수천명 규모의 방송 채널, AI 기능까지 결합한 ‘혼종적’ 성격을 띤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왓츠앱의 ‘채널’ 기능만을 별도의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플랫폼의 이름표가 아니라 실제 파급력을 발휘하는 ‘개별 기능’ 단위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사례여서다.
최근 X가 정책을 수정해 무장 충돌 관련 AI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지 않을 경우 수익 공유를 정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미 수억명이 거짓을 봤다. 전쟁의 안개는 전장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클릭베이트 경제’가 지배하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공간에서 진실은 조회수 경쟁에서 매번 밀려난다. 정치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이들과 단순히 돈을 벌려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사용자는 반복적으로 희생양이 된다.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의 폐허 위로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비극은 이미 누군가의 수익 모델로 전환됐다. 전쟁의 시커먼 안개는 이제 전장이 아닌 우리의 화면 속에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