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지난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은 게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장이 한 말이다. 당시 재판장은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사건이다. 우리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죄 없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처벌해선 안 되기 때문에 심리할 때 피고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죄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처벌해야 한다는 사법의 역할을 언급한 것이다.
이 재판장은 ‘사건 당사자들은 발언할 때 법정의 맨 뒤에 앉은 방청객에게도 잘 들릴 정도로 마이크를 잘 이용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시민의 알권리를 고려한 것이다. 심리 도중 박 전 대통령이 재판 거부를 선언하고 지지자들이 소란을 벌이는 등 여러 일이 있었지만, 이 재판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큰 문제 없이 선고까지 이뤄졌다. 재판부는 철저히 준비된 모습이었고 법정을 통제했다.
반면 같은 법원에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재판 과정은 혼란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지귀연 재판장의 재판 진행 문제가 컸다. 지 재판장은 피고인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남의 말을 끊거나, 고성을 지르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보다 스스로 농담 섞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예능 MC 같다’는 평이 나왔다. “우리 변호사님들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진다”, “기자님들 우리 기사 좀 써줘요. 법정 추워요” 등이 지 재판장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첫 공판은 언론 촬영조차 되지 않았다. 공소사실 분량에 비해 1년이라는 긴 심리 기간이 소요됐다. 몇몇 법조인은 기자 질문에 “재판 진행 스타일은 법관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재판 진행 방식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정리되기는커녕 가중됐고, 법원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중요사건을 여러 차례 취재했지만, 이런 재판은 처음 봤다.
1심 판결이 선고되고 판결문을 상세히 읽어봤다. 왜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나름의 고뇌와 노력도 읽혔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지 재판장의 모습이다. 법관들은 시민이 법원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생각할까. 재판은 법관이나 피고인만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