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보는 ‘엇갈린 시각’…트러블 메이커냐 전략적 지원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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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보는 ‘엇갈린 시각’…트러블 메이커냐 전략적 지원자냐

입력 2026.03.06 14:56

수정 2026.03.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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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8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8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한국에서 근무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과 위상은 독특하다. 한반도 주둔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직책이면서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4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각 사령관 직위에 따라 역할도 제각각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반도 위기 시, 전시 상황이 닥칠 때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지원한다. 주한미군은 전시가 되면 한·미연합군으로 통제 전환이 되는 구조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선임장교(SUSMOAK) 자격으로 본인이 겸직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과의 업무를 조정하는 책임자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평시에는 연합위임권한(CODA) 사항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한다. 전시상황에서는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받아 한·미연합군을 지휘한다. 유엔군사령관은 평시에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전쟁 발발 시에는 전력 제공국 병력을 미8군이나 한국군에 배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군 도발을 대비할 때면 한·미연합군사령관 자격으로 한국군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같은 팀 선수다. 하지만 평시 유엔군사령관 자격일 때는 심판복을 입고 한국군이 정전협정을 잘 지키는지 감시·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심판으로 바뀐다.

‘1차 보직’ 대장

현 주한미군사령관인 제이비어 브런슨(58) 미 육군 대장은 2024년 12월 취임 이후 한국 정부와 잦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한 ‘트러블 메이커’인 셈이다.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이 지난 2월 18일과 19일 서해로 출격한 후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전투기들은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의 비행에 맞서 긴급발진했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은 브런슨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항의했다. 이를 놓고 브런슨 사령관의 사과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졌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밤중에 이례적인 입장문 고지와 함께 한국군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훈련에 대해 사과할 일이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그는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권한을 통일부 장관에게 나눠주는 정부·여당의 DMZ법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사사건건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시비를 건다는 인상을 한국민들에게 심어줬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를 중국과 대만의 분쟁 시 항공모함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여긴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한반도를 뒤집어 놓은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를 제작해 내부 교육용 등으로 활용하다가 이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해당 지도는 중국 내에 있는 톈진, 칭다오, 상하이, 닝보, 광저우 등 중국 내 해군기지를 별도로 표기했다. 중국을 겨냥한 전략 구상을 염두에 둔 지도로 보이는 이유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둘 수 없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소전구 사령부로서 평시에는 중국을 겨냥한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미국대사(오른쪽)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1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미국대사(오른쪽)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군 안팎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이 미국 민주당 정부 당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비치는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성 행보를 하는 것 같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브런슨 사령관은 햄튼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1990년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그의 부친과 아내도 군인 출신이다. 아버지는 베트남전과 걸프전에 참전했던 군인으로, 주임원사로 전역했다. 1993년 독일 파병 중 만나 결혼한 커스틴 브런슨은 2015년 대령으로 전역한 예비역 군법무관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 육군 1군단장을 마치고 2024년 12월 주한미군사령관에 임명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군은 통상 다른 지역에서 1차로 대장 보직을 거친 장군을 주한미군사령관에 임명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 및 한국군 수뇌부와 자주 갈등을 빚는 브런슨 사령관의 행보를 놓고 그가 대장 2차 보직을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노출하려 애쓰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전시계급’과 ‘직책계급’ 제도를 운용하는 미군의 경우 4성 장군으로 진급하더라도, 2차 보직을 받지 못하거나 2년 이상 복무하지 못할 경우 다시 원래 계급인 중장 계급으로 전역하기 때문이다.

로널드 클라크 태평양 육군사령관(대장)의 경우도 브런슨 사령관과 함께 ‘특정 직책을 맡기 위해 임시로 계급을 올리는’ 직책계급 제도로 진급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미 국방부(전쟁부) 내부 인명록에 브런슨 대장과 클라크 대장의 계급이 중장으로 잘못 표기돼 잡음이 일었다. 이 논란은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4성 장군 20% 감축 방안’을 내놓은 것과 연계해 보도됐다. 미군은 현재 3성 장군이 지휘하는 주일미군사령부를 ‘통합군사령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주일미군사령관이 대장, 주한미군사령관이 중장으로 역전되고 주한미군 병력이 줄어들 가능성과도 닿아 있다. 이를 우려한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존재감을 키우려고 한국 정부와의 갈등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델타포스 출신

브런슨 사령관은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과 견줘 특수전 부대 참모 및 지휘관 경험이 많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이라크 프리덤’ 작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된 ‘항구적 자유’ 작전과 ‘자유의 파수꾼’ 작전, 이슬람 국가(ISIS/ISIL)를 격퇴한 ‘내재적 결단’ 작전 등에 모두 참가했다. 그를 잘 아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브런슨 사령관이 (미 육군의 특수부대로 유명한) ‘델타 포스’ 출신”이라고 전했다. 전형적인 야전형 전략가라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한국군을 구체적으로 지원하려는 의지가 전임 주한미군사령관들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한국군 간부도 여럿이다. 또 미 정부 고위층을 상대로 한국과의 우호관계 강화를 강조한다고 한다.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한국과 중국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까지 진입한 뒤 초계 활동을 하고 복귀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을 놓고도 다른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한국군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서해 공해상 공역 비행을 피해온 것이 비정상이었고, 주한미군 전투기의 서해 공해상 비행은 정당한 군사활동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 해·공군은 서해를 내해(內海)처럼 헤집고 다니면서 군용기의 경우 매년 카디즈(한국방공식별구역)를 적게는 50여회에서 많게는 130여회씩 침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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