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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선을 고민하는 일

입력 2026.02.27 13:11

수정 2026.02.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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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느린 관객이었다. 지인들로부터 “그 영화 봤어? 좋더라”는 얘기를 몇 번 들어야 ‘한번 봐볼까?’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건 내가 관대하지 못한 편이어서기도 했다. 캐릭터를 쌓다 말고 갑자기 감정선이 널을 뛰거나, 영화라 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거나, 감독의 부적절한 여성관이 의심되는 장면이 거슬리거나. 갖가지 이유로 ‘못 만든’ 영화가 (내 기준에) 많았다. 정보 없이 갔다가 2시간 내내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평이 좋은 영화를 뒤늦게 골라보는 이유였다.

문화부 영화 담당인 지금 나는 누구보다 빠른 관객이다. 언론 시사회는 대부분 영화를 일반에 처음 내놓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일로 영화를 본다는 건 대체로 호사지만, 좋은 것만을 쏙쏙 편식하던 내게는 그 자유를 잃는 일이기도 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여도 일단 봐야 하니까. ‘제발 의외로 잘 만들었기를.’ 암전되기 전 시사회장에서 남몰래 기도하게 됐다. 꼼짝없이 2시간을 묶여 있을 나를 위해.

그런데 희한했다. 사전 정보 없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주 영화를 본 지 어언 1년. 생각보다 영화 때문에 화나는 일이 적었다(간혹 있긴 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부리는 마법 같기도 했다. 연출, 이야기, 연기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처럼 멈출 수 없으니 참고 보다 보면 꽤 괜찮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몇 줄 설명만 보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영화가 의외로 마음에 들 때도 있었다.

리뷰 기사를 쓸 때의 방향성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 작품이 가진 미덕을 찾아 공들여 쓰게 됐다. 아쉬웠던 점은 짧게 언급하되 그게 주가 되지는 않게 썼다. 나 스스로 쉽게 예단했던 관객이었기 때문에, 불호평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서다. 나에게는 별로인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 있는데, 개봉 전에 미리 봤다는 이유만으로 초 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날이 뭉툭해졌나, 고민도 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 개봉 후 여성 인신매매 소재에 대한 비판이 온라인상에서 불거지는 걸 보면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감상은 ‘액션 장면을 정말 잘 찍었다’라는 것 하나, ‘그런데 이런 장르물은 성 착취당하는 여성 얘기를 빼고는 전개를 못 하는 걸까’라는 씁쓸함 하나였다. 그래도 채선화(신세경 분)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암시적으로 보여줄 뿐,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담아내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 기사에서는 그를 생략했다. 소재가 낡았다는 것을 빼면 ‘액션물’로서의 만듦새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감안하고 넘어갔던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SNS 게시물들은 ‘이런 비판을 녹여서 쓸걸’ 하는 후회를 남겼다. 그러나 작품 자체를 ‘봐서는 안 될’ 영화처럼 매도하는 극단적인 일부 반응에는 반대한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호쾌한 액션과 주인공들의 전사를 궁금하게 하는 로맨스는 <휴민트>의 미덕이다. 비판할 지점이 있다고 해서 있는 강점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둘은 공존한다. 그 모두를 리뷰에 잘 담아내는 일을 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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