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동네에 ‘짬뽕잘하는집’이란 중국집이 있다고 치자. 일요일 아침, 칼칼 시원한 해장짬뽕이 간절해 배달 앱을 켰다. 지난주에도 시켜 먹어보니 꽤 만족스러웠던 ‘짬뽕잘하는집’. 검색창에 뭐라고 쳐야 할까? 여섯 글자를 다 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번 시켰던 곳이니 ‘짬뽕’ 키워드만 쳐도 상위에 뜨고, ‘짬뽕잘’만 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사장님을 위해서는 검색창에 여섯 글자를 다 쳐야 한다. ‘짬뽕잘하는집’이라 검색하면 같은 가게가 차례로 2개 뜬다. 둘 중엔 아래에 뜨는 걸 눌러야 한다. 그래야 매상에서 광고비가 안 빠진다. 위에 있는 걸 누르면 광고 보고 들어온 거로 쳐서 광고비가 빠진다.
만약 몇 글자만 떼서 검색하면 보통 맨 위에 ‘짬뽕잘하는집’ 광고가 뜨고 밑으로 다른 중국집들이 한참 나오다가 광고가 안 걸린 ‘짬뽕잘하는집’이 나온다. 소비자는 찾는 집이 있어서 간편하게 키워드를 검색했을 뿐이고, 예전 주문 이력도 있으니 이에 맞춰 상단에 그 집 광고가 떴을 것이다. 하지만 배달 앱은 마치 자기가 가게를 추천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고 돈을 빼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고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짬뽕 파는 집을 찾으려고 들어온 손님도 유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을 이용해 자영업자들을 불필요한 경쟁 판에 뛰어들게 해서 경쟁의 부산물로 배를 채우는 일은 혁신이 아니라 탐욕일 뿐이다.
배달 플랫폼이 영업비밀을 명목 삼아 공개한 적은 없지만, 가게 사장님들끼리는 공공연히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 이 밖에도 많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성토하는 글만 한가득하다. 그럼에도 배달 앱 없이 장사하기 어려운 세상이니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가 자영업 시장의 고정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수수료를 떼주고 광고비까지 태우면 사장님 주머니에 남는 순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플랫폼은 때때로 광고정책을 바꾸거나 덧붙여 돈을 더 쓰게 유도하고, 그만큼 고정비는 계속 늘어간다. 그렇다고 판매가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의 가격 저항 심리를 마냥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마진율이 감당 불가 수준으로 줄어들면 가게는 폐업하게 된다.
배달 앱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배달 수요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 수요를 담아낸 새로운 시장의 확장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배달 플랫폼의 이윤 추구가 무제한 허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광고를 세분화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게 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자본주의 경쟁 시장이라지만 음식 맛과 서비스가 아니라 누가 광고비를 더 태울 수 있느냐로 경쟁 붙이는 것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경쟁이 아니다.
짬뽕은 그대로인데 손님은 더 내고, 사장은 덜 남기고, 플랫폼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독과점 배달 플랫폼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다 떨어져 나가면 결국 배달 플랫폼에도 타격이 가게 될 것이다. 공멸의 길이다. 기술 발전을 이용해 자영업자들을 불필요한 경쟁 판에 뛰어들게 해서 경쟁의 부산물로 배를 채우는 일은 혁신이 아니라 탐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