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plash, Jessica Loaiza
입학 철이 됐지만 아직은 찬 공기에 스산함마저 감도는 날씨다.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설렘과 낯섦의 감정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초콜릿’이다.
초콜릿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사랑’이다. 우리 곁에서 초콜릿은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달콤한 유혹으로 존재해왔다. 수줍은 설렘이 가득 담긴 첫사랑의 고백에서부터, 우울한 날 스스로 건네는 작은 위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초콜릿이 함께했다. 이 진한 갈색의 조각은 즐거움과 위안의 상징이었기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추억의 형태로 초콜릿에 담아왔다.
초콜릿은 문학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나온다. 로알드 달(Roald Dahl)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은 ‘유혹과 선택의 상징’으로 그려졌고, 조앤 해리스(Joanne Harris)의 작품 <초콜릿>에서는 ‘억눌린 욕망을 깨우는 촉매’로 등장했다. 그리고 J. K. 롤링(J. K. Rowling)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는 ‘정신적 회복과 위안의 상징’으로 쓰였다. 이 외에도 초콜릿은 ‘사랑과 상실’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으로 문학 작품에서 자주 활용된다.
이렇듯 우리에게 초콜릿은 감정이 깃든 매우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반려견’인 경우에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개에게 초콜릿은 생명을 위협하는 아주 심각한 독이다. 초콜릿 한 조각으로도 개는 구토와 발작, 심지어는 심장 이상과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초콜릿은 그 대상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사랑과 설렘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초콜릿의 각성 효과는 신경계의 스위치를 켜는 과정
인류는 오래전부터 초콜릿을 즐겨왔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마야와 아스테카 문명에서는 카카오 열매를 특별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생각해 ‘신들의 음식’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콜릿이 다양한 디저트와 간식, 심지어는 음료에까지 활용되며 식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두바이 초콜릿’ 유행이 한 차례 지나갔고, 이어 일명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기)’가 젊은 세대를 시작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이런 제품들은 식감에 더해 소셜미디어와 소비 트렌드까지 맞물리면서 새로운 디저트 문화 코드로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초콜릿에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란 물질과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 물질들이 각성 효과를 일으켜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이로 인해 몸과 뇌가 잠에서 깬 상태가 되고, 집중력과 주의력, 반응성이 한층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효과는 주로 신경계의 스위치를 켜는 생리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아데노신(adenosine)’이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에 쌓여 ‘졸음을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아데노신이 이것의 수용체인 아데노신 수용체(adenosine receptor)에 결합하면 수면을 유도한다.
초콜릿에 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달라붙어, 아데노신이 자신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해 각성 물질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생체 내의 ‘졸음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졸음이 사라지고,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되는 상태가 된다.
각성 효과는 뇌를 넘어 심장에서도 나타난다. 자율신경계가 흥분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도 빨라진다. 적당한 각성 효과는 집중력과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불안과 초조, 손떨림을 넘어 수면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초콜릿에 대한 독성이 왜 개에게만 나타날까?
지난 2023년 10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서울 반려동물 한마당 축제’에서 ‘댕댕이 패션런’에 참가한 반려견들이 보호자들과 함께 발맞춰 걷고 있다. 성동훈 기자
모든 생명체는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해 배설하기 위한 내부 공장을 갖고 있다. 그 공장이 바로 ‘간’이다. 사람의 경우, 초콜릿의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을 신속하게 분해한 후 배설할 수 있는 효소 시스템을 간에 갖추고 있다. ‘사이토크롬 P450(Cytochrome P450·CYP) 계열의 효소’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효소 덕분에 사람의 몸에서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이 수시간 안에 분해된 뒤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빠르게 배출된다.
하지만 반려견은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을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사이토크롬 P450 효소의 활성도가 낮고, 효소의 조합 역시 사람의 것과 다르다. 그 결과 개에서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의 혈중 농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각성에 대한 자극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 지속성 때문에 반려견에서의 증상은 불안과 과흥분, 심박수 증가, 근육 떨림, 심한 경우 발작까지 이어진다. 비록 적은 양의 초콜릿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은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배출 방식’이다. 배설 과정에서 몸을 빠져나갈 것 같던 테오브로민은 다시 재흡수돼 혈액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은 사람에게서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개에게서만 나타나는 생리적인 특징이다.
그 결과 혈중 테오브로민 농도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독성이 오랜 시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마치 개에게서만 테오브로민에 대한 ‘독성 루프’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보다 개에서 사고가 더 흔한 이유
초콜릿에 들어 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고양이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물질이다. 고양이 역시 개와 비슷하게 이를 분해하는 간 대사 능력이 매우 낮아 중독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초콜릿에 대한 고양이 중독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고양이와 개 사이의 행동 특성의 차이에 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단맛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고, 초콜릿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습성적으로 낯선 음식은 냄새만 맡고 외면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개와 달리 고양이는 위험 물질에 노출될 기회 자체가 적다.
반면 반려견은 냄새와 식감에 강하게 끌리는 동물이다. 초콜릿은 향이 강하고 설탕이 많기 때문에 개의 후각을 자극하기 쉽고 식욕을 유발한다. 달콤한 향과 지방 성분이 결합한 초콜릿은 개에게 매우 매력적인 자극 요인이 된다. 한 번 냄새를 맡으면 이를 억제하기 어렵다.
초콜릿은 사람에게는 사랑과 위로의 상징이지만, 개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조용한 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 작고 소중한 생명을 충분히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