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스르고…밀라노의 신화 쓴 베테랑 3인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시간을 거스르고…밀라노의 신화 쓴 베테랑 3인

입력 2026.02.27 13:07

수정 2026.02.27 13:13

펼치기/접기

젊은 스타들의 무대 속에서 끝없는 경험과 집념으로 드라마 만들어

폰타나 최다 올림픽 메달, 시프린은 챔피언 복귀, 클라에보는 6관왕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젊은 스타들의 무대이자, 끝없는 경험과 집념이 만들어낸 드라마의 장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정상에서 경쟁해온 베테랑 아리아나 폰타나, 미카엘라 시프린, 요한네스 회슬로트 클라에보는 이번에도 시간을 거스르는 초인들처럼 메달을 따냈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모두 메달…이탈리아 쇼트트랙 여신 아리아나 폰타나(1990년생)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폰타나는 밀라노·코르티나에서는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과 여자 500m와 3000m 계주 은메달을 수확했다. 폰타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15세 신예로 데뷔했다. 스피드와 순간 판단력이 중요한 쇼트트랙에서 20년에 걸친 6회 연속 동계올림픽 출전 및 메달 획득, 통산 14개 올림픽 메달(금 3·은 6·동 5)은 전례 없는 업적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폰타나는 동·하계 선수 통틀어 최다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폰타나는 네 살 때 오빠 알레산드로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었다. 처음엔 롤러스케이트였고, 이후 빙상으로 전향했다. 2006년 유럽선수권 종합 은메달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토리노 동계올림픽 3000m 계주 동메달로 이탈리아 쇼트트랙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당시 15세인 그는 이탈리아 최연소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대회 이후 공화국 공로훈장을 받았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폰타나는 500m 금메달을 차지해 유럽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종목 올림픽 정상에 섰다. 동시에 그는 팀 은메달, 1000m 동메달까지 더해 쇼트트랙 여자 최다 메달 기록을 경신했고, 올림픽에서 모든 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딴 선수라는 상징성을 얻었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500m 금메달과 혼성 2000m·1500m 은메달로 통산 올림픽 메달 11개를 채우며 이탈리아 여자 동계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섰다. 네 살 때 출발해서 여섯 차례 올림픽까지 20년을 관통한 메달 행진은 이탈리아 스포츠사를 넘어 동계올림픽 역사다. BBC는 “부상과 체력 부담, 20년 경력의 압박 속에서도 폰타나는 다시 시상대에 올랐다”며 “올림픽 6회 연속 메달은 세대를 초월한 경쟁력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만약 그가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대회까지 출전할 경우,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마리트 비에르겐의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15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월드컵 100승, 다시 올림픽 챔피언으로…알파인 스키 기준이 된 미카엘라 시프린(1995년생)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UPI 사진 크게보기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UPI

알파인 스키 역사상 가장 꾸준한 선수로 평가받는 시프린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에서는 메달을 놓쳤지만, 슬라럼에서 완벽한 두 차례 레이스를 펼치며 2위 카밀 라스트를 1.50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2년 만에 같은 종목에서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첫 선수, 올림픽 슬라럼 2관왕에 오른 최초 미국 선수, 18세와 30세에 모두 금메달을 딴 최연소·최고령 미국 여성 알파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시프린은 부상과 슬럼프, 가족사의 비극을 딛고 다시 정상에 선 자신의 여정을 “기술 이상의 인간적 회복의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3월 미국 콜로라도 베일에서 태어난 시프린은 알파인 스키 역사상 최다 월드컵 우승(108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이자, 남녀를 통틀어 100승 고지를 유일하게 돌파한 스키어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3개를 포함해 통산 4개 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 8개 등 총 15개 메달을 수확했다.

시프린은 미국에서 태어나 스키 선수 출신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 14세 때 이탈리아 토폴리노 게임 슬라럼·대회전 우승, 15세에 노르암컵 우승, 주니어 세계선수권 동메달, 16세에 월드컵 데뷔, 17세에 첫 월드컵 우승 등 상승 곡선은 멈추지 않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만 18세 345일 나이로 슬라럼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역사상 최연소 슬라럼 챔피언이 됐다. 그는 그해 월드컵·세계선수권·올림픽을 석권하며 ‘슬라럼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그는 슬라럼뿐 아니라 대회전, 슈퍼대회전, 활강, 복합, 평행슬라럼까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7개 전 종목에서 우승한 최초이자 유일한 선수가 됐다. 2019시즌에는 한 시즌 17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20년 2월 아버지가 자택에서 낙상 사고로 사망한 뒤 방황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슬라럼과 대회전에서 연이어 실격했다. 그는 다시 회복해 2023년 잉게마르 스텐마르크가 보유한 알파인 스키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우승 기록(86승)을 넘어섰고, 2025년 2월에는 월드컵 100승이라는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달했다. 알파인 스키 역사에는 수많은 챔피언이 존재하지만 100승을 넘어선 이름은 단 한 명, 시프린뿐이다. 시프린은 2023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고, 2025년에는 미국 여자프로축구 신생 구단 덴버 서밋 FC의 공동 구단주가 됐다.

■한 대회 6개 종목 모두 금메달…크로스컨트리 신화 쓴 요한네스 회슬로트 클라에보(1996년생)

노르웨이 요한네스 회슬로트 클라에보가 이탈리아 라고 디 테세로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50㎞ 매스스타트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미소 짓고 있다. AFP 사진 크게보기

노르웨이 요한네스 회슬로트 클라에보가 이탈리아 라고 디 테세로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50㎞ 매스스타트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미소 짓고 있다. AFP

노르웨이 클라에보는 이번 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금메달로 장식하며 동계올림픽 새 역사를 썼다. 단일 올림픽 6개 금메달 획득은 역대 처음 나온 업적이다. 종전 기록은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에릭 하이든이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세운 5관왕이었다. 약 50년 가까이 유지되던 기록이 이번 대회에서 깨졌다. 특히 이번 올림픽 50㎞ 클래식 경기에서는 마지막 업힐 구간에서 압도적인 속도로 선두를 차지하며 팬들 앞에서 ‘킹 클라에보’라는 별명을 증명했다.

1996년 10월 태어난 클라에보는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가진 ‘전통’의 언어를 21세기 속도와 스타성으로 다시 번역해낸 선수다. 그는 월드컵, 투르 드 스키, 세계선수권, 올림픽까지 ‘가장 어린 우승자’ 기록을 연쇄적으로 바꿨다. 클라에보의 이름이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알려진 무대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었다. 그는 첫 올림픽 출전에서 스프린트, 팀 스프린트, 계주 등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오르막에서 경쟁자들을 연달아 추월한 장면을 본 노르웨이 언론은 그곳을 ‘클라에보-바켄(클라에보 언덕)’이라고 불렀다. 그는 “젊은 천재”라는 별명처럼 빠르게 성장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도 ‘월드컵 전체를 지배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가 따낸 올림픽 13개 메달 중 금메달이 무려 11개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그보다 많은 금메달을 보유한 선수는 미국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23개)뿐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전통적으로 ‘거리·지구력·팀 문화’가 강한 종목이지만, 클라에보는 여기에 스프린트 스타의 대중성을 결합했다. 하이라이트가 명확한 피니시 경쟁, 팬들이 따라 하기 쉬운 기술적 특징, ‘밝은 얼굴’과 ‘경쾌한 스토리’는 종목의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그는 2020년 프로 사이클링팀과 5년 계약을 맺어 자전거 훈련·레이싱을 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키어가 사이클팀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현대적 선수 브랜드’로 인식되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