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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코스피 5500시대, 성과급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6.02.13 15:00

수정 2026.02.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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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월 22일 오후 2시. 여의도 증권가 전광판에 5019.54라는 숫자가 빨갰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 2월 12일에는 5500을 돌파했습니다. 2월 초 기준 삼성전자는 ‘17만 전자’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100만원을 넘보게 됐습니다. 곧이어 회사들에서는 또 다른 숫자가 직장인들의 도파민 수치를 높였습니다. 스마트폰 뱅킹 앱에 찍힌 입금 알림, 바로 성과급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영업이익률 49%)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기본급의 2964%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했습니다. 연봉 1억원 기준 성과급만 약 1억4820만원, PI(생산성 격려금) 등을 합산하면 직원 1인당 총보상이 2억~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기본급 500%+1800만원+주식 25주로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했고, HD현대삼호는 성과급 상한인 1000%를 채웠습니다. LG전자 VS(전장)사업본부는 510%로 전사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PSU를 시행하겠다고 사내 공지했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전 직원 보상이 커지는 인센티브입니다.

주식시장의 빨간 숫자가 직장인의 통장에 찍힌 숫자로도 반영되는 이 순간,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새로운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 노동의 가치도 함께 오르는지’ 여부입니다.

열심히 일한 대가인가, 회사가 잘된 덕분인가

그렇다면 법적으로 성과급은 ‘임금’일까요, 아닐까요? 임금에는 크게 평균임금(퇴직금 기준)과 통상임금(시간외수당 기준)이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금 청구 소송(2021다248299)에서 평균임금 관련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대법원은 첫째 목표인센티브(TAI)의 경우 임금으로 보았습니다. 사전에 확정된 산식에 의해 개인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근로의 양과 질)에 따라 차등 배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 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산정 때 포함해야 합니다.

둘째, 반면 초과이익성과급(OPI·성과인센티브)은 임금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초과이익성과급의 재원인 EVA(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가 환율, 원자재 가격, 시장 상황 등 직원이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라는 것입니다. 근로 제공 외에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외부 요인에 좌우되므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 중 목표인센티브 부분에 따라 20년 근속 직원의 퇴직금이 약 1300만원 달라졌습니다. 법원은 기업이 번 돈을 나누는 것(OPI)과 노동의 대가를 치르는 것(TAI)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판결 1주일 만에 퇴직자 22명이 후속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공공기관 영역에서는 이미 대법원의 2018년도 2015두36157 판결이 경영평가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했습니다. 한국조폐공사, 한국동서발전,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줄소송이 이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1월 29일 선고한 2022다255454 판결(서울보증보험)은 매년 노사합의로 ‘사후’ 결정되는 특별성과급은 14년간 연속 지급됐더라도 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재정립했습니다. 순수한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지만, 최소지급분이 있는 경우 그 부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많은 기업에 대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이 법원에서 부정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1다219994 판결에서 SK하이닉스 사건도 기각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삼성전자 사건같이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이제 기업들은 성과급이 ‘경영 성과의 나눔’인지 ‘근로의 대가’인지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하는 과제를 갖게 됐습니다.

17만전자 되면 400주 준다

삼성전자는 최근 CL2(사원·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3년 후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자사주를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공개된 기준표에 따르면, 현재 주가(약 8만6000원) 대비 3년 뒤 주가가 2배(100% 이상) 상승해 17만2000원을 넘기면 최대 400주(2배수)를 받게 되지만, 상승률이 20% 미만일 경우 단 한 주도 받지 못하는(0주) 구조입니다.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보상’이라는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성과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보상을 하는 것은 기업에서 흔한 일이긴 합니다. 다만 삼성전자처럼 성과연동보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화는 주식 지급 시기를 3~10년 뒤로 미루는 이연 지급형 RSU(양도제한조건부)를 도입해 핵심 인재를 장기간 묶어두는 전략을, SK하이닉스는 구성원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회사가 지원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주주 의식과 애사심을 높이려고 합니다. 다수의 기업이 재직 기간만 채우면 주식을 지급하는 ‘스톡그랜트’나 ‘근속 조건부 RSU’를 도입해 보상을 실질적인 복지 혜택으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진정한 기업 밸류업의 완성

기업 밸류업은 2월 기준 코스피 5500포인트와 시가총액 4800조원(세계 8위)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로 증명됐습니다. 상장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이 선진국 수준인 35%에 육박하며 자본시장은 환호하고 있지만, 이제 시선은 주주 가치를 넘어 노동 가치로도 확장돼야 합니다.

기업의 이익이 근로자에게 배분되는 낙수 효과가 가시화됐으나, 대기업 중심의 현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할 때, 여전히 대기업 대비 절반 이하 수준(중소기업 정규직은 대기업 대비 58%, 비정규직은 45%)에 머물러 있는 중소기업의 임금 현실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기업 밸류업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확보된 자본이 설비 투자와 R&D로 이어지고, 다시 협력업체의 일감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조·제3조)’도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하청근로자에게도 교섭의 길을 열어주자는 법이 기왕에 시작되는 만큼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성과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대화의 창구가 돼야 합니다. 근로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으로 치환될 때 진정한 선진 경제로 들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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