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포엠스튜디오
제목: 넘버 원(Number One)
제작연도: 2026
제작국: 한국
상연시간: 104분
장르: 드라마
감독: 김태용
출연: 최우식, 장혜진, 공승연
개봉: 2026년 2월 1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
만약 생존 그 자체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면 모든 인간의 삶은 비극이다. 하지만 삶은 다양한 사건과 관계를 통해 운명적 유한성의 비애를 잊게 만드는 최면도 선물한다.
어쩌면 다수의 현대 관객이 ‘신파’라는 단어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은 이런 부정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새삼 일깨우는 일면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작자들에게 신파란 이름의 비애와 눈물은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확실한 무기임이 분명하다. 장르를 망라해 ‘웃기다가 울리면 성공한다’는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 역시 변함없이 견고하다.
언제부턴가 하민(최우식 분)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숫자들은 엄마 은실(장혜진 분)이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간다는 것, 그리고 0이 되는 순간 엄마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넘버 원>은 짧은 로그 라인만으로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정통 신파극임을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상투적 신파에 머무르지 않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지점이다.
김태용 감독은 앞서 2편의 장편영화 <거인>(2014), <여교사>(2017)를 연출했다. 상업성보다는 감독의 취향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과 숨 쉬는 지방색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데뷔작 <거인>은 위탁가정에서 성장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10대 영재(최우식 분)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려냈다. 차분한 연출에 대한 호평과 함께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최우식의 존재를 크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기록됐다.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여교사>는 일상의 불안으로 인해 제자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계약직 여교사의 추락을 그렸다.
신작 <넘버 원>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가 쓴 단편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짧은 이야기를 장편으로 각색하며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부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독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되살리는 공간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유대를 특정 짓는 영역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확장하는 본원이 됐다.
감독은 이번 작품을 자신의 첫 상업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런데도 최근 상업영화라기엔 상당히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예정된 이별을 앞둔 사람들의 슬픔은 휘몰아치는 대신 조곤조곤하게 스며든다.
바로 이 지점이 내용상 어쩔 수 없는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기존과는 다르게 접근하려는 시도의 시발로 읽힌다.
“관객보다 먼저 우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울기까지 조용히 옆에서 기다려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은 촬영과 편집에서도 기술적 기교보다는 인물에 집중하는 연출에 힘썼다고 한다.
배우 최우식의 재발견
여기에 더해 <넘버 원>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전까지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농밀한 ‘경상도의 정서’가 따뜻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구현된 지방색이란 대체로 좀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부수적 꾸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이마저도 재미를 위해 과장되게 희화되거나 폭력성이 주목받아왔다.
<넘버 원>에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단순히 억양의 특색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무심하게 던지는 것 같은 무뚝뚝하게 주고받는 대화의 행간 사이에 녹아든 애정과 신뢰의 감정이 생경하지만 맛깔나게 전달된다.
작품에 대한 감독의 애정에 배우들의 연기는 날개를 달았다.
특히 거의 영화 전체에 등장하며 사실상 홀로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우식의 존재감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는 <거인>이 ‘인생을 바꾼 영화’라고 회고한다. 이후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부지런히 활동했지만, 어쩔 수 없이 1000만을 기록한 <부산행>과 <기생충>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넘버 원>은 배우 최우식에게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26년 한국 영화 기대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극장 수익이나 제작환경 등 총체적 침체를 벗어날 실질적 해법이나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올해 개봉을 앞둔 유명 기성 감독들의 신작 소식은 가뭄의 단비처럼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지난 2월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포문을 열었다. 계유정난 이후 유배당한 단종과 강원도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흥도의 관계를 현대적 관점에서 극화한 팩션(Faction) 사극이다.
<넘버 원>이 개봉하는 11일,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물 <휴민트>도 개봉한다. 감독의 이전 작인 <베를린>(2013)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아직 진위가 확인되진 않았다.
<부산행>으로 한국 좀비 영화의 위상을 높인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좀비물 <군체>는 5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더불어 연상호 감독은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실낙원>도 하반기 공개를 예고하고 있어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7월에는 나홍진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호프>(사진)가 공개된다. 국내 단일 영화로는 최대 예산이 투입됐다는 소문과 함께 황정민, 조인성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캐스팅이 확정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두 부부가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2014년 개봉해 14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의 속편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