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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 아 유, 생큐 앤드 유

입력 2026.02.06 14:33

수정 202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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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모든 에너지는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태양광은 친환경이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굉장히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간헐성이라고 해서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어요. 원자력도 우리가 원할 때 전기를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주민들이 좀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같은 것을 조화롭게, 우리나라에 딱 적합하게 에너지를 잘 섞어서 써야 해요. 그걸 우리가 에너지믹스라고 합니다.”

“태양열 에너지랑 원자력 에너지랑 의견이 분분한 거로 알고 있는데, 원자력 에너지도 저탄소라면 원자력 에너지가 더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가수 이창섭의 질문에 조형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가 답한 내용이다. 이 장면을 2년 전, 유튜브 예능 ‘전과자’에서 봤다.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니까 원자력 편을 들지 않을까 예상하며 봤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잘 섞어 써야 한다’는 말이 의외였다. 오랜만에 보는 에너지에 대한 거리감과 균형감 있는 시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상을 본 뒤로 1년쯤 지나 기후와 환경을 취재하게 됐다. 실제로 위와 같은 질문과 답변을 들을 기회는 드물었다. 지금까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인상은 이렇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짓겠다’, ‘문을 닫겠다’, ‘새로는 안 짓고 노후화되면 문을 닫겠다’는 등의 기조가 쟁점이 되지만 사실 새로운 얘기는 별로 없다. 원전에 대해 발언하는 이들은 친원전이나 탈원전 중 하나를 선택하길 강요받는다. 각 에너지원의 장단점이나 단점 보완 대책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댓글 반응도 양극단으로 갈린다. ‘재생에너지는 선, 원자력은 악’이라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재생에너지는 친중, 원전은 애국’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탈핵운동가, 원자력 산업계,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수렴하고 전력 수요와 공급 등을 모두 고려해 국가적인 에너지믹스 계획을 세우는 일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정부가 여러 입장과 정보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면밀하게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정부 때 계획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한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한 차례의 ARS 여론조사를 통해 수렴한 국민 의견이 근거가 됐다.

그런데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제대로 된 공론화로 보기엔 너무 빈약하고, 이때 취합된 의견을 ‘국민 의견’으로 보는 것도 너무 거창하다. 무엇보다 여론조사가 ‘휘뚜루마뚜루’다. 기후부는 신규 원전이 지어져야 한다고 답한 국민이 60% 이상이라고 했다. 기후부는 이렇게 물었다. “귀하께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을 보고 얼마 전 통장이 집에 방문한 일이 생각났다. 우리 집 앞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려 하는데 사인해줄 수 있냐며 “이 앞이 초등학교인데 사고가 잦아서”라고 한 문장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홀린 듯이 서명했다. 기후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답변자들의 심정도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하려는데 괜찮겠냐’고 물으면 뚜렷한 입장이 없는 이상 ‘그렇다’고 답하기 쉽다. ‘하우 아 유?’ 하면 ‘생큐, 앤드 유?’ 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의외의 공론화는 언제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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