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변호사
지난 1월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한 계획대로 신규 원전 2기의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AI 확산에 따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비하고,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야 원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 당시 사회적 공론화 이후 결정한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다. 당시 현재보다 약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2038년 최대 전력 수요를 과대 추계했고,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한 전력 수요구조를 심화할 것이며, 사용후핵연료 대책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에 대한 명확한 반증도 없이 여론조사를 내세워 윤석열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늘리며 조화를 찾아가고 있는 현장 사례는 아직 없다. 주요 전력원으로 원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프랑스와 스웨덴은 경직된 에너지 구조에 갇힌 듯하다. 한 번 가동하면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원전으로 인해 번번이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제한하는 바람에 재생에너지가 확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후 원전의 가동률은 급감하는데, 신규 원전 건설은 녹록지 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한 태양광 출력 제한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도 이미 겪고 있는 일이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재생에너지 산업 강국이 된 독일, 덴마크 등은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원 간의 전력 믹스, 섹터커플링, 배터리, 그린수소 등을 통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AI 강국이라는 성장 목표 앞에는 모두의 안전과 번영, 평화, 지속 가능성,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가 놓여야 할 것이다.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대신할 상황이 아니다.
국내 에너지정책의 향방에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하기 위해서도, 분산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에 핵이라는 시한폭탄을 더는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현시점은 중요한 기로다.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대신할 상황이 아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제조형 로봇 대량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 결정에 대해 반발하는 노조에 대해 대통령은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며, AI 강국이 되는 과정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는 어쩔 수 없다는 기조를 보였다. AI 강국은 왜 돼야 하는가?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성장 그 자체는 도덕적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성장이라는 목표 앞에는 ‘사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강국이라는 성장 목표 앞에는 모두의 안전과 번영, 평화, 지속 가능성,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가 놓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AI 강국이 된다고 거저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성장 목표는 가치라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때로는 가치라는 잣대에 비춰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국민에게 진실에 기반한 투명한 정보, 의견을 피력할 기회와 역량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