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이미지. rawpixel
AI 시대. 누군가의 일자리는 조용히 사라지게 하겠지만, 또 누군가의 일자리는 굳건히 지켜준다.
미래에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업종이 있다. AI의 효과가 직접적인 분야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면 된다. 현재 AI는 LLM, 즉 언어가 전공이다. 언어란 입력과 출력을 완벽히 디지털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습도 쉽고 검증도 편하기에 개선이 쉽다. 번역,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이 언어를 다루는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산업계는 만성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서 조직의 혁신 속도를 가늠할 병목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였다. 하지만 근 1년 사이에 등장한 ‘에이전트형’ 코딩, 그러니까 사양서를 꼼꼼하게 미리 써다 주면 장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스스로 거쳐 가며 묵묵히 코딩해 결과물을 출력하는 모델들, 대표적으로 ‘클로드 코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코딩에는 문외한인 문과 기획자도 의지만 있다면 앱을 뚝딱 ‘양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저분한 결과물만 만들 뿐 여전히 기술자가 아니면 그 코드를 이해할 수 없으므로 운영도 출시도 정작 힘들다고 말한다. 허점이 많으니 보안 문제도 심각하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 업무의 상당 부분은 한번 해보다 말 일들이다. 어떤 조직은 이런 식으로 시장을 맹렬한 생산성으로 간을 보듯 두들긴다. 뭐라도 하나 터질 때까지.
AI만으로는 운영도 출시도 불가능하다지만, 가능성이 검증된 뒤 경험자가 뒤치다꺼리하면 된다. 확산보다 수렴, 저지르는 역량보다 추스르는 노련미가 인간에게 기대될 텐데, AI가 만든 결과물이란 조잡하고 날림에 생채기투성이라서다. 마감을 매끄럽게 하고, 단차나 유격을 다시 맞추는, 또는 아예 다시 만들라고 되돌려 보내는 가장 마지막의 일은 사람만의 일인데, 왜냐하면 그 제품을 동종의 사람이 쓸 것이라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대거 폭락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구축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ERP나 SaaS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사거나 빌려다 썼다. 몸에 좀 안 맞는 기성복이다. 그러나 만약 사내에서도 아쉬운 대로 자체 구축을 해서 쓸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정말 소프트웨어를 몰라도 될까. 컴퓨터는 0과 1의 기나긴 행진에 의해 움직인다. 예컨대 C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간이 짠 소스 코드는 0과 1의 나열로 ‘컴파일’된다. 인간의 눈에는 암호 같은 부호일 뿐 아무리 쳐다봐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AI는 영어든 한국어든 인간의 언어로 한 말을 C로 컴파일해준다. 0과 1을 읽고 무슨 말인지 몰라도 괜찮듯 C로 된 소스 코드 못 읽어도 좀 어떻냐고 시대는 되묻고 있다. AI로 생성한 기말 리포트와 달리 어차피 누가 볼 것도 아니기에 표절 문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