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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개인도 이제 공부해야 한다

입력 2026.02.04 06:00

수정 2026.02.0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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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퇴직연금, 개인도 이제 공부해야 한다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퇴직연금은 그야말로 복잡계 그 자체라고 불립니다.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고, 하나를 고치면 연쇄적으로 다른 곳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뭘 예측해서 고친다는 게 그만큼 어렵거든요.”

퇴직연금 기금화 작업을 취재하며 만난 전문가의 말이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 수준인 쥐꼬리 수익률을 기록하는 퇴직연금을 전문가 손에 기금처럼 굴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 방안을 찾기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였다.

퇴직연금의 모범으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401K나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높은 수익률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자본의 힘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웬만한 기관들이 주눅 들게 할 만큼 막강하다. 정부나 연구자들이 ‘왜 우리는 아직 이런 제도를 갖지 못했나’ 조급해할 만한 성과들이다.

하지만 퇴직금을 대하는 두 문화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다. 일찌감치 퇴직금을 은퇴 후 쓸 개인연금으로 인식하는 이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퇴직금은 ‘인생 2막’을 위한 가족의 종잣돈 또는 주택담보대출 잔금, 결혼할 자녀들을 위한 전세금 같은 마지막으로 쥘 수 있는 목돈의 의미가 강하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의 퇴직금이 ‘인생 2막’을 위한 부동산 투기에 소모되는 이야기가, 마치 남 일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부로선 김 부장의 실패조차 퇴직금을 연금화해야 할 중요한 이유로 보겠지만, 앞서 말했듯 퇴직금에는 그 돈이 절실한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연금이 되면 돈이 묶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금보장이라는 양지를 떠나 자본시장이라는 전쟁터로 들어서야 한다. 기금이 이익을 내면 퇴직연금 수익률도 따라 오르지만, 손해를 보면 내 퇴직연금 계좌에도 손실이 발생한다. 우리는 과연 이런 변화를 충분히 알고, 또 준비돼 있을까.

정부는 기금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충분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결국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퇴직연금 기금화를 앞두고 개인들도 공부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호준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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