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익 노선 유지 등 일정 성과…정산·운용 구조에는 근본적인 문제
지자체 감독권 강화하고 면허·노선권 법 개정 병행해 공공성 높여야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난 1월 13일 서울의 한 버스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일 기존 K패스를 확대·개편한 ‘모두의 카드’를 출시했다. 월간 기준 금액을 넘겨 지출한 대중교통비 초과분을 전액 환급하는 구조다. 2024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시작으로 대중교통 할인·환급 정책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운영 구조가 비용 증가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에서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지자체가 떠안는 재정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여서, 정책 목표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가 운행을 담당하고 노선·운행 체계는 공공이 관리하며 수입·비용을 기준으로 공적 재정이 보전되는 방식이다. 2004년 서울시 버스 체계 개편을 계기로 도입됐고, 현재 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준공영제가 사실상 민간 버스회사의 손실을 공공이 메워주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경영 효율과 무관하게 적자가 보전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두의 카드 등은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려는 취지지만 준공영제 구조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용이 늘수록 지자체가 보전해야 할 적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 버스 서비스 개선이나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을 분담하는 구조이다 보니 지방정부는 적자 관리에 매여 현상 유지에 머무르기 쉽다. 이 때문에 정책이 의도한 ‘탈수록 이익이 나는 선순환’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계기로 버스 준공영제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은 준공영제 정산 구조상 결국 공공 재정 부담 확대와 직결된다. 비용 증가분이 사업자 부담으로 남기보다 재정 보전으로 흡수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2915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2022년과 2023년 코로나19 시기에 각각 8114억원과 8915억원으로 급증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4000억원, 4575억원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의당선 무상 대중교통 도입 주장
즉각 정치권의 반응이 이어졌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준공영제 전면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SNS에 “버스 준공영제, 이제는 고쳐 쓰기가 아니라 다시 설계할 때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에 “준공영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지금의 준공영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준공영제 폐지를 포함한 운영 체계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부산시당위원회는 버스 준공영제 폐지와 무상 대중교통 도입을 제안했다. 박수정 정의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준공영제의 폐해에 대해 여론을 형성해 사회적 합의로까지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도 준공영제 폐지를 정책의제로 내놓았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버스 운영 체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남 의령군의 공영화 사례도 있다”라며 “기존 재정 지원 방식으로는 버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고,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준공영제는 비수익 노선 유지와 환승 할인, 배차 안정화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산·운용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왔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준공영제의 표준운송원가 정산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표준운송원가는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등 운영비를 산정한 뒤, 요금 수입과의 차이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재정지원은 운영비용 대비 요금 수입의 적자 부문을 보조하지만, 표준운송원가 체계는 지자체가 수입을 관리하고 버스업체의 비용을 보조한다”라며 “그 결과 버스 운영업체의 수입 증진 및 비용 절감 노력을 유도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예산 증가를 야기한다”라고 말했다.
“면허·노선권 특헤” 대통령도 지적
2020년 이후 사모펀드들이 국내 시내버스회사를 집중적으로 매입해 논란이 된 것도 이 같은 유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철 센터장은 “준공영제 구조 자체가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자산만 보유해도 안정적인 이윤이 가능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낮지만,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공의 권한은 적다.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2조 제1항은 서울시의 ‘노선 조정’ 권한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공공의 노선 조정·감독권은 실질적으로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철 센터장은 “노선권이 자산이라면 핵심은 처분권인데 서울시는 조정 권한만 있을 뿐 이를 처분할 권한은 없다. 노선 조정도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만 가능해 사실상 일방적 조정권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소유권의 관점에서 보면 현행 준공영제는 공영제의 기능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서울시가 서울시운송사업조합과의 협약서 개정을 통해 지자체의 감독권과 정산 기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면허·노선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 조례에 명시된 관리 권한이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는 실제 체결된 협약서상 서울시의 실질적인 권한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협약서는 2004년 도입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면허와 노선권을 공공이 다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문제까지 다루려면 법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현재의 면허·노선권이 “대대손손 물려주는 영구적 면허권처럼 특혜가 주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상철 센터장은 “결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었다. 그러나 과거 면허 기한을 제한하는 갱신 조항을 넣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그간의 현실을 보면 국토부나 국회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