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정치의 텅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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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정치의 텅 빈 자리

입력 2026.01.30 15:04

수정 2026.01.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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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고된 일이다. 사실 조국혁신당이 자생적 대안 정당으로 살아남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부 당원들의 진심 어린 소망과는 다르게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반짝인기에 힘입어 12명의 비례 의석을 원내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선거 슬로건과 ‘조국’ 개인의 서사가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왜 더불어민주연합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에 투표했을까? 순식간에 꺼진 조국에 대한 기대치를 볼 때, 개인에 대한 인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들이 갈증을 느꼈던 것은 ‘정권 심판의 강도’였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위성정당으로서 무게감을 가져야 했기에 메시지가 정제된 편이었고, 그만큼 무색무취해 보였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 같은 직설적 구호를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가장 강한 분노를 느끼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세력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원내 진출 이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총선 직후엔 지지율 10%대로 내려앉았고, 2024년 가을 국정감사와 예산 정국을 거치며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자 6~7%대로 진입했다. ‘검찰개혁’ 의제의 약발이 떨어지고, 거대 양당 대결이 심화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가끔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격하게 공격했다. 그러자 조국혁신당 핵심 인사들은 “민주당의 우당”이라는 읍소와 “정의당을 넘어서겠다”는 선언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오른쪽에서 뺨 맞고 왼쪽을 공격한 셈이다. 그러나 얼마 후 당내에서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고, 처리 과정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도부 전원이 성비위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으로 지방선거에서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당 왼쪽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대안 정치의 자리는 텅 비어 있고, 원내에는 그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2% 수준까지 떨어지자 이 당의 인사들은 고 노회찬 의원의 이름마저 활용하려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엔 실개천이 흐르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장강이 흐른다”고 했고, 죽는 순간까지 진보정당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노회찬이 ‘우당’만 자처하는 이런 활용을 납득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의 성패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얼마나 드러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후 ‘중도보수’나 ‘실용주의’란 말로 자신을 어필했다. 그로 인해 왼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민주당 ‘우당’이기도 하면서 차별성도 드러내야 하는 모호성은 거대 양당의 열성 지지자들이 강하게 조직화된 지금의 정치 구도에서 제약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정의당을 갈팡질팡하게 한 그늘에 조국혁신당 역시 갇혔던 셈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으로 “3년은 너무 길다”며 호기롭게 외치던 이 당의 실험은 2년도 되지 않아 끝나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당 왼쪽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원내 소수정당들은 하나같이 “민주당 위성”을 자처하고 있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 견해가 있어도 강하게 싸우지 않는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 등에서 약속을 지키리라는 미련 때문에 밉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전히 대안 정치의 자리는 텅 비어 있고, 적어도 원내에는 그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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