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지난 1월 1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다. 권도현 기자
최근 영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은 매일 숨 쉬는 공기가 호흡기나 심장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치매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대기오염은 주로 폐 질환이나 천식 그리고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기 중 유해물질 증가가 뇌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는 기억하고 판단하며 말하는 능력이 서서히 약화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증후군이다. 이는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세포 손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치매는 한 종류의 질병이 아니다. 다양한 기저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가장 흔한 유형으로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가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 두 질환이 동시에 혼재하는 혼합형 치매(Mixed dementia)도 많이 나타난다. 여기에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와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그리고 파킨슨병 치매(Parkinson’s disease dementia)와 같은 다양한 아형도 존재한다. 치매를 분류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번 연구를 위해 전 세계 약 2900만명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토대로 51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검토했다. 이중 34개를 메타분석에 포함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수행된 관련 연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초미세먼지와 치매 발생의 연결고리
초미세먼지(PM2.5)나 이산화질소(NO₂), 그리고 그을음(검댕·soot)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대기 오염물질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대기 중 유해물질들이 치매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PM2.5)라는 것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입자인데, 미세먼지인 PM10보다 훨씬 작다. 미세먼지(PM10)라고 부르는 것은 입자 지름이 10㎛ 이하로, 주로 코와 기관지 같은 상부 호흡기에 쌓인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기침이나 점액 섬모 운동으로 어느 정도 배출될 수 있다. 반면 초미세먼지 크기의 입자는 미세먼지와 달리 폐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일부는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 그래서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이외에 심혈관 질환, 뇌 질환, 치매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크게 나타난다.
2021년 1월 9일 서울 중구 도심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상태가 ‘매우 나쁨’으로 떠 있다. 이준헌 기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가 10μg/m³ 늘어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7%가량 증가한다. 놀랍게도 대도시 중심부 도로변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수치가 이 범위를 크게 상회한다. 이것은 대도시의 일상적인 공기질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심각한 의미다. 여기에서 m³는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세제곱미터나 입방미터라고 부른다. 이 단위는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가 각각 1m인 정육면체 부피를 말한다. 만약 이 크기의 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무게를 재면 1t이 된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물질이다. 반응성이 큰 기체로, 고농도에서는 적갈색을 띤다.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10μg/m³ 오를 때마다 치매 위험은 3%씩 증가했다. 3%가 작아 보이는 수치일 수도 있지만, 도심의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가 수십μg/m³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외에 그을음 입자는 1μg/m³ 증가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13% 상승했다. 주요 도시 도로변에서 실제로 측정된 그을음 입자 농도가 이 범위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또한 현실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된다. 슬픈 일이지만 이제는 도심에서 ‘숨 쉬는 것’ 그 자체가 노년의 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오염된 공기 노출이 우리 뇌를 공격하는 방식
공기 중 오염물질은 혈관성 치매와 연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기 오염물질이 혈관성 치매 발생을 유도하는 것일까?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경로가 있다.
첫 번째는 들이마신 오염된 공기가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뇌의 신경세포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로다. 초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가고, 일부는 폐포를 통과해 혈류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염증이 발생하며, 염증 인자들은 뇌까지 이동해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약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하면 뇌세포 손상과 신경망 약화가 가속화돼 혈관성 치매로 이어진다.
두 번째 경로는 유해물질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정이다. 초미세먼지 속 오염물질이 뇌로 들어가면 활성 산소가 증가하면서 뇌세포가 손상된다. 산화 스트레스는 노화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 번째 경로는 혈관 손상이다.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는 혈관 내벽을 자극해 손상시키고, 이 과정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혈관 벽은 점점 딱딱해지고 좁아진다. 이런 변화가 바로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로 뇌 혈류가 줄어들면 뇌 기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기억력과 사고력 같은 인지 기능이 서서히 저하된다. 이러한 변화 역시 혈관성 치매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반복되는 초미세먼지 나쁨, 시급한 우리의 현실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걱정은 결코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연평균 기준치인 5μg/m³를 빈번히 넘어선다. 과거에는 봄에 특히 공기질이 나빴지만, 최근에는 특정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대기질 악화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5~20μg/m³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가 건강 보호를 위해 제시한 권고 기준의 3~4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더 걱정스러운 상황은 초미세먼지에 대한 시간 평균 농도가 75μg/m³를 초과해 국내 기준으로도 ‘매우 나쁨’ 단계가 발령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해결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초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강도 높은 저감 정책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도시 설계와 교통 정책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공기는 단순히 숨쉬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와 미래세대의 기억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의 깨끗한 하늘을 되찾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기억을 지켜내는 일이고, 우리의 미래를 지속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