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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오타니, 야구를 완전히 뒤집은 혁명가

입력 2026.01.30 15:03

수정 2026.01.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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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MLB 톱 100’서 1위 올라…최근 다섯 차례 평가 중 네 번째

한 시즌 50홈런·50도루 등 대기록…올해 어떤 신기원 이룰지 주목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0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0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는 이제 ‘현역 최고 야구선수’라는 표현조차 충분하지 않은 존재다. 그는 야구라는 종목의 구조와 한계를 뒤집어 재정의하는 혁명가다. 오타니는 미국프로야구(MLB) 네트워크가 최근 공개한 ‘2026 MLB 선수 톱 100’에서 다시 1위에 올랐다. 최근 다섯 차례 평가 중 무려 네 번째다. 잠시 반짝인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리그 전체를 지배해왔다는 뜻이다. MLB 네트워크의 톱 100은 인기나 커리어 누적보다 직전 시즌 퍼포먼스를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즉 오타니의 기량은 직전에도 이번에도 여전히 최고라는 의미다.

그의 위대함은 단순한 기록 나열을 넘어선다. 투타 겸업을 본격화한 2021년, 오타니는 타자로 46홈런·100타점·OPS(출루율+장타율) 0.965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OPS가 1.000이라면 타석 10번 중 4번 출루하고 안타 1개 평균이 2루타에 가까운 파괴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투수로는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156탈삼진을 남겼다. 꾸준함과 함께 압도적 탈삼진 능력을 겸비한 상위권 선발투수임을 의미한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타자와 투수 모두에서 MVP급 성적을 동시에 낸 최초 사례다. 그는 만장일치로 MVP가 됐다. 오타니가 ‘특이한 선수’가 아니라 야구라는 종목 자체를 흔들 선수로 공인받은 순간이었다.

2022년 오타니는 타자로 34홈런, 투수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을 마크했다. 타자로서 규정타석, 투수로서 규정이닝을 동시에 채운 것은 현대 야구에서 전례가 없었다. 전문화와 분업이 극대화된 시대에 한 선수가 시즌 내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리그 정상급으로 수행했다는 뜻이다.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은 해당 선수가 뛰었을 때와 뛰지 않았을 때 팀에 실제로 몇 승을 더 안겨줬는지를 비교해 가늠하는 지표다. 그해 오타니는 타자 WAR과 투수 WAR을 합쳐도 단연 리그 최고였다. “한 명이 올스타 두 명의 몫을 한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었다. 2023년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타석에서는 44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출루율, 장타율, OPS, 루타 등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투수로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역시 만장일치 MVP였다. 두 차례 만장일치 MVP는 엄청난 대업이었다.

다저스로 이적한 2024년은 분기점이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투수로 던지지 못했음에도, 그는 타자로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파워와 스피드의 결합이 아니다. 장타, 출루, 주루, 득점 창출이라는 공격의 모든 요소에서 리그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그해 오타니는 내셔널리그 MVP를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양대 리그에서 모두 만장일치 MVP를 받은 최초 선수가 됐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 오타니는 다시 타자와 투수를 겸했다. 타자로는 다저스 한 시즌 최다인 55홈런을 기록했고, 내셔널리그 득점(146)과 루타(380) 1위에 올랐다. 투수로는 14경기 47이닝 평균자책점 2.87, 62탈삼진을 쌓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선발로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시에 타석에서는 3홈런을 몰아쳤다. 한 경기에서 10탈삼진과 3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오타니가 유일하다. 그는 NLCS MVP에 올랐고,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생애 네 번째 MVP 트로피를 만장일치로 추가했다.

종합하면, 오타니는 MLB 최초 50홈런·50도루 시즌 달성, 한 시즌 50홈런·100볼넷·20도루 동시 달성, 투수로 100경기 선발 등판하면서 타자로 55홈런 이상 기록, 양 리그에서 MVP를 두 차례 이상 수상, 만장일치 MVP를 세 차례 이상 수상 등을 최초로 이뤄낸 선수다. 이런 엄청난 기록들의 공통점은 하나로 정리된다.

“이전 아무도 해내지 못했고, 심지어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들을 오타니가 모두 해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전통 기록(타율·승·방어율)으로 보기 힘든 ‘진짜 기여도’를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기본적으로 ‘잘했다’를 뛰어넘어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했느냐’를 가늠하는 통계 언어인 셈이다.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도 오타니는 독보적이다. WAR 기준으로 그는 여러 시즌에서 최고 위치에 자리했다. 타자 WAR과 투수 WAR이 동시에 상위권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그 최고 타자의 WAR이 7~8 수준이면 MVP 후보로 분류되지만, 오타니는 여기에 에이스급 투수의 WAR을 추가했으니 적수가 있을 수 없었다.

오타니의 비교 대상은 자연스럽게 베이브 루스로 향한다. 그런데 이 비교가 점점 무의미해진다. 루스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상징이었다면, 오타니는 두 역할을 동시에 최정상급으로 수행하며 양쪽 모두를 지배하는 선수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분명 현시대 최고 타자다. 저지는 2022년, 2024년, 2025년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차지했지만, 투타 겸업이라는 상징성과 종합적인 가치에서 오타니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1994년 일본 이와테현 미즈사와에서 태어났다. 야구를 즐긴 아버지와 고교 시절 배드민턴 국가대표급 선수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야구소년’이라 불릴 만큼 야구에 몰두했고, 또래와 다른 체격과 투타 모두 재능을 보였다. 중학생 시절에는 지역 대회에서 혼자 6이닝 중 17아웃을 잡아내며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대도시 명문고를 마다하고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를 선택했다. 투타 겸업을 전제로 장기 성장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60㎞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져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2012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에서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의 1지명을 받았고, 구단은 그의 투타 겸업을 공식 허용했다. 오타니는 NPB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기록했고, 2016년에는 투수·타자 베스트 나인 동시 선정과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다. 일본 무대에서 ‘완성형 투타 겸업 선수’로 평가받은 그는 2017년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2024년에는 전 일본 여자프로농구 선수 다나카 마미코와 결혼하고 이듬해 첫아이를 얻었다.

오타니는 야구의 분업 구조, 선수 가치 평가 방식, MVP 의미, 한 시즌에 기대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한꺼번에 재정의한 외계인이다. 오타니의 진짜 위대함은 매년 “이 정도면 끝일 것”이라는 예측을 무력화시키는 데 있다. 오타니가 올해 MLB에서 어떤 신기원을 이룩할까. 전 세계 야구팬들이 그를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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