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유튜버들은 왜 스냅을 법정에 세우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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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유튜버들은 왜 스냅을 법정에 세우려 하나

입력 2026.01.30 15:01

수정 2026.01.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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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스마트폰에 있는 스냅챗 앱 아이콘. 로이터 사진 크게보기

스마트폰에 있는 스냅챗 앱 아이콘. 로이터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의 원고는 구독자 550만명 이상을 보유한 대형 유튜버 h3h3Productions와 몇몇 골프 채널 크리에이터이며, 피고는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저작권 침해 소송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AI 산업이 애써 감추려 했던 원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튜버들이 분노한 핵심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스냅이 자신들의 영상을 데이터 세탁 과정과 유사한 방식을 통해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소장에 따르면 스냅은 ‘HD-VILA-100M’이라는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이 데이터셋은 1억개의 고해상도 비디오-언어 쌍으로 구성된 방대한 자료인데,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셋이 태생적으로 학술 및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빅테크의 교묘한 수법이 등장한다. 원고 측은 스냅이 유튜브의 직접 스크래핑 방지 조치를 피하고자 해당 데이터셋을 중간 경로로 활용해 영상 URL 정보를 확보하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자사의 상업용 AI 모델 개발에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학문적 발전을 위해 용인됐던 데이터 접근권이, 어느새 거대 기업의 주가를 부양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연료로 둔갑한 것이다.

스냅이 훔친 데이터로 만든 결과물은 ‘이매진 렌즈(Imagine Lens)’와 같은 상업적 기능이다.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편집해 주는 이 기능에 수많은 창작자의 땀과 노력이 동의 없이 갈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영상이 스냅의 주가를 올리고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도구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고 측은 이미 엔비디아, 메타, 바이트댄스를 상대로도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는 창작자 진영이 빅테크를 상대로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저작권 반격’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저작권연합에 따르면, 현재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소송만 70건이 넘는다. 앤트로픽 같은 일부 기업이 작가들과의 소송에서 합의금을 지불하며 사태를 무마하려 했던 사례는 기업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에 법적 결함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일부 법원은 메타의 손을 들어주는 등 아직 법적 공방의 결과는 혼전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학술용 데이터의 상업적 전용’이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고리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AI 산업에 중대한 변곡점을 시사한다. 만약 법원이 스냅의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한다면, 현재 학술용 오픈 데이터셋을 가져다 쓰고 있는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빅테크의 개발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존재다. 그 데이터의 생산자인 인간 창작자가 보상받지 못하고 고사한다면, AI 역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진다. 지속 가능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창작자에 대한 존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소송은 AI 시대의 공정함에 대한 질문이자, 거대한 콘텐츠 라이선스 시장의 개막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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