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메이트-고전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호쾌한 융합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프라이메이트-고전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호쾌한 융합

입력 2026.01.28 06:00

수정 2026.01.28 06:02

펼치기/접기
  • 최원균 무비가이더

<프라이메이트>는 위기를 암시하는 카메라워킹과 편집, 살인 장면에 사용되는 극단적 클로즈업 등 비주얼 면에서 과거 지알로 장르의 기교를 노골적으로 재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프라이메이트(Primate)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89분

장르: 공포, 스릴러

감독: 요하네스 로버츠

출연: 조니 시쿼야, 지아 헌터, 트로이 코처, 빅토리아 와이언트, 제시카 알렉산더

개봉: 2026년 1월 28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루시(조니 시쿼야 분)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하와이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언어학 교수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집을 떠나버린 언니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 여동생 에린(지아 헌터 분)과 일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에서 지내는 작가인 아버지 아담(트로이 코처 분) 모두 루시에게는 따뜻한 가족이기 전에 서먹한 감정을 극복해야 할 숙제다.

유일하게 그가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대상은 과거 어머니가 연구 목적으로 키워왔던 반려 침팬지 벤(미겔 토레스 움바 분). 하지만 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감독 요하네스 로버츠의 작품 목록 상당수는 공포영화로 채워져 있는데, 유독 폐쇄된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유발해낸 작품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상어체험을 떠났던 자매가 바닷속 안전 우리에 갇힌 채 잔인한 상어들 사이에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47미터>(2017)는 이전에도 다수의 연출 활동을 펼쳐왔음에도 이렇다 할 평가를 받지 못했던 그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중요한 작품이 됐다.

<노크: 초대받지 않은 손님>(2018)은 호숫가 캠핑장으로 휴가를 온 가족이 낯선 이들의 공격으로 인해 고립되는 상황을 그렸고, <47미터 2>(2019),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2021)도 고립된 공간이 주무대가 된다.

폐쇄 공포물의 새로운 시도

<프라이메이트> 역시 외진 암벽 위에 있는 호화주택은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된 채 미친 침팬지 한마리에 의해 무자비한 지옥으로 변한다.

여기에 더해 감독은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이번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결정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바로 공포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사조이자 뚜렷한 경향을 끌어낸 ‘지알로’ 장르에 대한 노골적인 헌사와 오마주다.

이탈리아어로 ‘노란색’을 뜻하는 지알로(Giallo)는 원래 싸구려 범죄·스릴러·추리소설을 속칭하는 말로 쓰였다. 1960년대 들어 이런 장르 영화가 유행하면서 지알로는 이탈리아 범죄·공포영화를 통칭하는 대명사로 확장돼 굳어졌다.

치밀한 플롯이나 개연성보다는 자극적 설정, 충격적 묘사, 인상적 음악을 특색으로 하는 지알로 장르는 1980년대 미국에서 성행한 슬래셔(칼부림) 장르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실상 이후 대부분 범죄·공포영화가 지알로의 영향 아래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지만, 최근 복고가 유행되며 이런 고전에 대한 존경심 또는 재해석 추세는 좀더 노골적인 시도로 눈에 띄게 됐다.

가장 모범적인 예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완 감독의 <말리그넌트>(2021) 이후 <프라이메이트>는 지알로의 분위기와 기교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또 하나의 수작으로 기록될 만하다.

고전적 정서와 형식의 재해석

<프라이메이트>는 위기를 암시하는 카메라워킹과 편집, 살인 장면에 사용되는 극단적 클로즈업 등 비주얼 면에서 과거 지알로 장르의 기교를 노골적으로 재연한다.

무엇보다 에이드리언 존스턴이 담당한 단조롭지만, 귀에 감기는 전자음악은 과거 지알로 영화음악의 대표 작곡가였던 파비오 프리찌(Fabio Frizzi)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고블린(Goblin)의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려내 영화의 긴장감을 드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작품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반가운 부분은 극중 묘사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자매의 아버지인 아담은 애초 청각장애라는 신체적 약점과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인해 자식들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딸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적극적 인물로 변화한다.

최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젠더 이슈 속에 기계적으로 거세되거나 폭력적으로 과장 왜곡된 남성상이 마치 ‘현대적인 것’인 양 치부되는 요즘이다 보니 모처럼 마주하는 상식적 가장의 모습과 가족의 회복이라는 고전적인 주제가 새삼 반갑다.

말초적 긴장과 스릴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포영화팬이라면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광견병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는 자막을 통해 침팬지 벤의 이상행동의 원인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시작한다. 바로 광견병(狂犬病·Rabies)이다.

감염되면 물을 두려워하게 된다고 해서 공수병(恐水病·Hydrophobia)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병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염병 중 하나로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에도 언급돼 있다고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사율이 100%인 무시무시한 병으로 1885년 파스퇴르가 백신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치료조차 할 수 없는 질병이었다.

철저한 백신 접종과 예방조치를 통해 한국에서는 2004년 이후 사람에게서는 광견병이 발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드물게도 동물에서 꾸준히 발견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점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공포를 유발한다.

오랜 역사와 치명성을 지닌 만큼 광견병이 소재가 된 영화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역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루이스 티그 감독의 <쿠조>(1983·사진)다. 어린 아들과 고장 난 차 안에 갇힌 채 미친개에 맞서는 어머니의 공포를 처절하게 그렸다.

박쥐에 물려 미쳐버린 반려견이 등장하는 스페인 영화 <광견 아토스>(2019)는 여러 면에서 <쿠조>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한동안 유행했던 좀비 영화에서도 그 원인을 광견병에서 찾는 작품이 꽤 있다. <28일 후>(2002)의 경우 실험실에 갇혀 있던 침팬지에게 물린 사람들로부터 소위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이 시작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열외인간>(Rabid·1977)은 제목부터 언뜻 광견병을 연상시키지만, 실제 이야기는 흡혈귀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