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대통령의 금투세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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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 대통령의 금투세 ‘모르쇠’

입력 2026.01.28 06:00

수정 2026.01.2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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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지난 1월 22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준헌 기자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지난 1월 22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준헌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이 이뤄지자 여당에선 “코스피 출범 46년 만의 대기록”, “코스피 6000, 7000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환호가 쏟아졌다. 주식시장만 보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선 듯하다.

하지만 이 화려한 상승 곡선의 이면에 흐르는 기류는 전혀 다르다.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독주가 만들어낸 성장 착시가 내수 침체의 그늘을 가리고 있다. 작년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 속에 1.0% 턱걸이 성장하는 데 그쳤다. 증시의 온기가 실물 경제로 확산할지 미지수다.

자산 증식이야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부의 재분배 기제인 조세 원칙의 실종이다. 여야 합의로 도입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공포 마케팅에 밀려 시행도 전에 폐지됐다. “시장이 어려우니 나중에 도입하자”며 시기상조론을 폈던 정치인들은 코스피가 5000을 찍는 이 순간에도 침묵하고 있다. 탈모약부터 생리대 가격까지 만기친람하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대통령은 유독 금융과세 정상화에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소득은 있지만 세금은 없는’ 이 기형적 구조로 인해 소득 불평등 개선은 몇 년째 정체 상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처럼 재산소득의 불평등 기여도는 갈수록 커지는 반면, 조세의 재분배 기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0%를 독식하고, 0.004%의 대주주만이 양도세를 내는 구조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은 결국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감세의 다른 이름이 됐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이 자산시장 호황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이다. 한국은행의 진단처럼, 지금의 청년들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세대를 닮아가고 있다. 취업 문은 좁아졌고, 구직 기간은 늘어났으며, 소득의 10% 가까이를 주거비로 쏟아붓는다. 구직 자체를 미루는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20여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동으로 자산을 쌓을 길이 막막해진 청년들에게 코스피 5000은 희망이 아닌 절망의 지표다. 땀 흘려 번 임금에는 투명하게 과세하면서 수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시그널을 줄지는 명확하다. ‘오천피’ 시대가 소수의 자산가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그들만의 리그’라면 그 기록은 공허한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본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감세가 아니라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체계를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화려한 지표 뒤에 드리운 불평등의 그림자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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